[시온의 소리]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입력 2024-11-26 03:04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으로 ‘트럼프 깃발’이 있다. 이 깃발엔 여러 디자인이 있는데 이 가운데는 미국 기독교인 구매자를 겨냥한 것이 확실하다고 여겨지는 제품이 있다. 여기엔 이런 문구가 실려 있다. “세상엔 예수가, 미국엔 트럼프가 필요하다.”

미국 국기 문양 위에 적힌 이 문구에 흰색 십자가를 더한 이 깃발은 크기도 다양하다. 90x150㎝에서 150x240㎝에 이르기까지 여러 크기의 깃발이 있는데 가격은 21.98달러부터 시작한다. 비교적 부담 없이 구입할 만한 가격대다. 그래서일까. 지역에 따라서는 이 깃발을 정원에 꽂은 집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모양이다.

상품 재질과 관련한 구매자 평이 들쑥날쑥한 편이긴 하지만 4.3이란 평균 별점이 반영하듯 구매자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여기엔 특히 구매자의 마음에 쏙 들 만한 상품 소개가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희망과 믿음의 정신을 구현하는 멋진 깃발을 소개합니다. 이 아름다운 깃발은 단결과 지속적인 믿음의 힘을 상징하는 매혹적인 이미지를 선보입니다. (깃발의) 생동감 넘치는 색상과 정교한 디자인은 (당신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정말 이 깃발 구매자는 ‘색상’과 ‘디자인’에 마음이 사로잡혀 상품을 구매하고 마당 정원에 꽂아 두는 것일까.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해당 깃발에서 내 시선을 가장 끄는 것은 바로 문구다. “…미국은 트럼프가 필요해.” 색상과 디자인은 그저 이 문구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일 뿐이다. 이 깃발에서 정작 구매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문구이고 문구는 깃발을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물론 나는 이 문구에 이런 매력이 없기를 바란다. 구매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트럼프 문구’가 아니기를 바란다.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그리스도 예수 외에 마음을 사로잡는 다른 존재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르시되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 22:21)고 한 주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미국 기독교인이 하나님께 바치는 ‘그분의 것’이 성도의 마음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선을 치르고 차기 미국 대통령이 정해진 이 시점에서 24일 미국 주류 교회가 맞은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대림절 직전인 11월 20~26일 사이의 주일)은 의미가 크다. 교회력의 가장 끝에 자리한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에 이들 교회는 ‘창조 세계의 모든 것이 그리스도께 굴복함’을 고백하며 이것이 곧 예수를 따르는 삶의 궁극적인 의미임을 되새겼다. 이날은 오직 예수만이 진정한 왕으로서 그분께만 성도의 마음이 드려져야 함을 전 교인이 고백하며 예배한다. 지금은 이런 고백과 예배가 다른 어느 때보다 미국에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올해 미국의 추수감사절(11월 28일)이 중요하다. 성도의 마음이 이 제단 위에 바쳐지길 바란다. 또 우리 마음의 주인인 ‘왕의 나심’을 기리는 절기가 되길 소망한다.

박성현(미국 고든콘웰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수석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