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중독 문제에 이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떠오른 은둔·고립 청년에 대한 해법으로 교계 역할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명 ‘히키코모리’로 일컬어지는 고립·은둔 청년은 경제적 활동이나 대인 접촉을 꺼려 ‘자신을 스스로 가둔’ 청년을 가리킨다.
25일 통계청(2023년 말) 및 경기청년지원사업단(2024) 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년(19~34세) 인구 가운데 히키코모리 증후가 나타나는 이들은 54만명(약 5%)에 이른다. 경기도의 경우 9.2%로 최대 33만7000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고립·은둔 당사자를 도울 수 있을까. 10년째 은둔 중인 30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정미(60)씨 가정의 사례는 유용한 대안으로 꼽을 만하다. 10년 가까이 방 문턱을 넘지 못하던 이씨의 아들은 최근 거실로 나와 집안일을 돕고 있다.
이씨 가족이 긴 터널을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었던 데는 교회와 서울시 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씨는 온누리교회에서 진행하는 정체성 회복 프로그램인 ‘프리덤스쿨’을 수강했다. 그는 자신을 돌아보는 10주간 훈련을 통해 내면과 신앙이 단단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와 학교밖 청소년 발굴·지원 단체인 지엘청소년연구재단이 진행하는 부모 교육을 통해 참여자들과 교류하며 그는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가 변화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40년 가까이 교회 집사로 지낸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대표는 교회 ‘소그룹 사역’에 착안해 은둔·고립 회복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소그룹(목장) 리더들이 소그룹 멤버들을 살피고 유대감을 쌓으며 회복시키는 과정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또 지역사회와 맞닿아 있는 개교회 특성상 은둔·고립 청년의 사각지대를 쉽게 발견하는 장치가 된다는 것이 윤 대표의 진단이자 제안이다.
윤 대표는 “교회는 소그룹 모임에 익숙한 집단이다. 교회가 이미 가진 조직과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교회가 제공한 인력을 기관은 전문인력으로 키워 개교회에 심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가 지역의 은둔·고립 청년과 가정을 살피는 일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종현(가명·51) 목사는 은둔·고립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들을 위한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이 목사는 “대부분 목회자가 이런 사역을 잘 알지 못해 사역을 하고 있지 않다”며 “교회 목표는 이웃사랑 실천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알기만 하면 교회는 나서서 할 것”이라고 했다.
교회가 이들의 회복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비단 조직과 공간이라는 구조 때문은 아니다. 이 목사는 “은둔·고립 당사자 중에서는 탈은둔을 했다가 다시 은둔·고립 상태로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며 “온전한 해답은 영적인 회복에 있다. 교회가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면 회복 사역과 영적 사역을 함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