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뮤지컬 ‘알라딘’, 한국적 입담 가미한 ‘디즈니스러움’

입력 2024-11-26 02:41
뮤지컬 ‘알라딘’ 지니 역의 정성화와 알라딘 역의 박강현 그리고 앙상블이 넘버 ‘나 같은 친구’(Friend Like Me)에 맞춰 춤추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아득히 머나먼 사막 한가운데/ 아주 신비한 곳이 있어/ (중략) / 아라비안나이트/ 꿈을 꾸는 듯한 마법 가득한/ 신비로운 땅 느낄 수 있어.”

지난 22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알라딘’(~내년 6월까지)은 디즈니표 흥행 뮤지컬의 공식을 잘 따르는 작품이었다. 총 150분(인터미션 20분)의 공연 시간 내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꿈과 희망’이라는 디즈니의 가치를 설파한다.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0년 만에 한국에 온 ‘알라딘’은 올해 공연계 최고 화제작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재미를 준다.

뮤지컬 ‘알라딘’은 1992년 개봉한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그리고 알라딘과 램프 요정 지니의 우정이 담긴 동명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알란 멘켄이 작곡한 노래 ‘아라비안나이트’ ‘새로운 세상’(A Whole New World) 등도 큰 사랑을 받았다.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은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노틀담의 꼽추’ ‘타잔’ ‘인어공주’에 이어 ‘알라딘’을 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원작 뮤지컬로 선보였다. 2011년 미국 시애틀 초연 이후 여러 도시를 돌며 다듬어진 뮤지컬 ‘알라딘’은 2014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 화려한 의상과 춤, 양탄자가 하늘에 뜬 것 같은 특수효과 등 볼거리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후 브로드웨이에서 10년째 공연 중인 ‘알라딘’은 전 세계 11개 프로덕션에서 2000만 명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뮤지컬은 원작 애니메이션과 스토리는 같지만, 캐릭터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만화의 상상력을 무대에 그대로 구현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작 가운데 알라딘의 원숭이 아부와 자스민의 호랑이 라자, 악당 자파의 앵무새 이아고 등 동물 캐릭터는 나오지 않는다. 뮤지컬에는 아부 대신에 알라딘의 세 친구가 나오고, 라자 대신에 자스민의 세 시녀가 나온다. 이아고의 경우 앵무새가 아닌 몸집이 작은 부하로 설정됐다. 그리고 원작에서 감초 캐릭터인 마법 양탄자는 이번엔 무대장치로서만 기능하게 된다. 여기에 뮤지컬이 먼저 만들어졌기 때문에 2019년 실사 영화에서 사랑을 받은 자스민의 ‘스피치리스’(Speechless)는 들을 수 없다.

뮤지컬 ‘알라딘’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캐릭터는 동명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램프 요정 지니다.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바쁘게 움직이는 지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처럼 유쾌한 입담으로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특히 한국 관객에 맞춰 ‘잠실역 3번 출구’ ‘롯데 시그니엘’ ‘이븐하게 구워드릴게요’ 등 유행어를 구사한다.

이번 한국 공연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알라딘 역은 김준수, 서경수, 박강현이 맡았고 자스민 역은 이성경, 민경아, 최지혜가 소화한다. 그리고 지니 역은 정성화, 정원영, 강홍석이 열연한다. 김준수의 경우 금속성의 이질적인 목소리가 다소 튀지만, 평소 연기하지 않았던 경쾌한 역할을 소화해 눈길을 끈다. 반면 박강현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듯한 청아한 미성을 뽐낸다. 이외에 코믹 연기가 일품인 정성화와 무대에서 텀블링까지 소화하는 정원영 등 지니 역 배우들의 연기 대결도 놓치기 어렵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