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어”란 오징어게임 대사의 현실판이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갈등사태로 나타났다. MZ세대 대학생들과 대학본부가 서로 한 치의 양보 없이 극단적인 불통의 평행선을 달리면서 학생들은 학내 기물 파손과 캠퍼스 곳곳에 ‘래커칠’ 시위를 하고, 이 여파로 1950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캠퍼스 밖에서 입학시험을 보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다행히 학교 측이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논의를 보류하면서 학생들도 본관 이외 건물의 점거를 풀겠다고 하고 있으나 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 있다.
현재 서울지역 여자대학교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재정 악화로 인한 ‘여대 위기설’ 확산으로 다양한 형태의 남녀공학 전환 시도로 갈등을 빚고 있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6년 상명여대를 제외하고 재학생과 졸업생 반대로 대부분 남녀공학 전환이 실패했다.
동덕여대 남녀공학 논란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세대, 젠더, 계층, 종교, 지역 간 사회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준다. 특히 남녀 갈등과 비하 표현인 ‘남혐 대 여혐’ ‘남초 대 여초’ 같은 혐오 현상이 이제는 사회 전반에 보편화한 결과로 나타나는 갈등 양상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국민일보 MZ세대 여론조사에서도 ‘남성 또는 여성 혐오 현상’에 MZ세대 남성의 85.7%, 여성의 85.5%가 심각하다고 응답할 정도로 MZ세대 내 젠더 갈등이 첨예한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각종 선거에서 정치권이 갈등을 부추기는 세대별, 성별 갈라치기 공약을 제시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요즘 대학생인 2000년대생 MZ세대는 가장 불행한 세대 중 하나다. 소위 ‘영끌 세대’ ‘빚투 세대’로 불리는 대학생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으거나 빚을 내어서라도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스스로는 경제적 자립도 쉽지 않고 취업, 결혼 모두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각자 몸부림치고 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세대다. 더구나 지금 대학생들은 전무후무한 코로나 시절을 겪으면서 사회와 격리된 생활로 인해 최악의 상황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동덕여대가 처한 앞으로의 현실은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올해 고3 학생은 40만명이지만 2040년에는 20만명대로 절반으로 급격히 감소할 게 확실하다. 대학 입장에서는 조만간 닥치게 될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할 필요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미 서울지역 6개 여자대학 가운데 2023년 기준 신입생 중도탈락률은 동덕여대가 15.67%로 가장 높고, 덕성여대 14.97%, 성신여대 13.44%, 서울여대 12.84%, 숙명여대 11.52%, 이화여대 8.18% 순으로 신입생이 중간에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서울에 위치한 대학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이 비율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갈등사태는 MZ세대가 처한 현실과 불안함, 대학의 미숙한 의사결정 과정,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 이 과정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을 물론이고 대학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땅에 떨어진 대학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채용시장에서 차별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이제 동덕여대는 스스로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학내 구성원들 간 갈등이 확대되면 모두가 피해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여대 위기에서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생, 교수, 직원 모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토론으로 갈등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양정호(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