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2025년 새해의 자산 시장 동향에 대해 궁금해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내년을 말하기 전에 잠시 올해 초를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 당시 가장 큰 화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빠른 기준금리 인하였다. 연내 7차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기에 금리 인하 시대에 어떻게 투자할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11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초 대비 크게 올랐다. 7차례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이 연내 두세 차례 인하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연준의 스탠스에 실망하면서 나타난 시장 금리의 되돌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빠른 금리 인하에 대한 과신이 실망으로 바뀐 대표적인 사례인데, 내년에도 올해 미국의 빠른 금리 인하 스토리처럼 많은 사람이 과신하는 그런 이슈가 있을까. 필자는 조심스레 ‘트럼프 트레이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중 금융시장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두 가지 정책이 바로 감세와 관세다. 법인세 감세를 통해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늘리거나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성장세 및 주가를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다. 미국 기업 투자 매력이 높아지며 전 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게 되는데, 이는 달러 강세를 낳게 된다. 다만 대규모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가 적자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며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데,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고자 트럼프는 관세를 강조한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재정적자가 심각해진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는 법인세 추가 감세 등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를 제어하기 위한 도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한두 국가에 대한 징벌적 관세 외에도 포괄적으로 미국과 교역하는 동맹 및 우방국 등에 부과하는 이른바 ‘보편관세’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의 부과는 대미 수출국의 수출 성장을 가로막는 악재가 된다. 수출이 어려워지며 해당 국가의 투자 매력이 위축, 통화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 아래 감세와 관세는 미국 중심의 자산 가격 상승, 재정적자 등으로 인한 국채 금리 상승 그리고 달러 강세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 직후 국내 증시를 비롯한 선진·신흥국 주식 시장은 상당히 부진했던 반면 미국 주식시장은 압도적으로 강한 모습을 이어갔다. 그리고 미국 국채 금리는 크게 뛰어올랐고 달러 역시 초강세를 나타내며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웃돌았다. 결국 트럼프 트레이드가 뚜렷하게 나타난 셈인데, 이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이런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캠페인 당시 언급됐던 트럼프 정책들이 빠르게 그리고 온전하게 구현되기에는 여러 제약 요건이 존재한다. 우선 트럼프 1기 때에 비해 재정적자가 과도한 수준이기에 과감한 감세를 진행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관세 부과에 앞서 나타나고 있는 과도한 달러 강세는 관세 인상 효과를 희석시키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 물가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경기 부양, 혹은 관세 인상을 이어갔을 때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문제점도 발목 잡을 수 있다.
점점 강해지는 트럼프 트레이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그런 기조가 공고화될 수 있으나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앞서가거나 과도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연내 7회의 금리 인하를 열정적으로 기대했던 연초의 전망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