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블랙 프라이데이

입력 2024-11-26 00:40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의 명절인 추수 감사절(Thanksgiving Day, 11월 넷째 주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에 시작되는 유통업체들의 연중 최대 할인 판매 행사다. 할인 상품은 광범위하고 일부 가격은 정상가의 최대 90%에 판매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쇼핑객들은 금요일 아침 일찍부터 백화점이나 쇼핑몰로 몰려든다. 도심에는 과도한 인구 밀집으로 사건 사고가 많아 경찰들이 곤욕을 치른다. 이런 현상을 빗대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말이 1961년 처음 미국 언론에 등장했다.

유통업체들의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 매출은 매년 꾸준히 늘었다. 경기가 호황이냐 불황이냐에 따라 소비 취향을 감안한 상품 구성이 달라지긴 했지만 전체 매출은 최근 10년 동안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온라인으로 해외 직구가 가능해지면서 미국을 가지 않아도 블랙 프라이데이를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해외 직구 규모가 지난해 전체 직구 금액을 넘어섰다.

덩달아 한국 관세청과 식약처, 소비자원 등이 바빠졌다. 관세청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마약류 등 밀수품 직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식약처와 함께 특별단속에 나섰다. 대마초는 물론이고 대마 성분이 함유된 오일이나 젤리, 초콜릿, 화장품 등도 압류된다. 마리화나 판매와 사용이 합법인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 대마초를 정가보다 20~25% 싸게 판매한다. 마리화나가 합법인 곳에서 사더라도 이를 한국으로 반입하는 건 금지된다.

마약류 같은 불법 제품뿐 아니라 쇼핑 사기도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 직구와 관련된 불만 접수가 2만9800여건에 달했는데, 이중 20%(5900여건)가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인 11~12월에 집중됐다. 소비자 불만 중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가 24.2%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원은 과다한 할인율은 일단 의심하고, 피해 발생에 대비해 현금보다 신용 카드를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