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한 상가 건물 2층에 있는 A업소는 지난 3월 경찰 단속에서 퇴폐 행각이 적발됐다. 지난 20일 A업소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간판에는 여전히 아로마·스파 등의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 160m 거리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경찰은 “A업소는 성매매 방지 특별법과 교육환경법을 총 4회 위반했지만 계속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하교 시간대에는 20명 넘는 학생들이 책가방을 메고 상가 앞을 지나다녔다.
교육환경보호구역(보호구역) 내 유해업소들이 청소년 교육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교육환경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최대 200m 이내 보호구역 내에는 성인 마사지방 등 유해업소가 들어설 수 없다. 경찰은 새 학기(3월·9월)마다 유해업소 집중 단속에 나선다. 24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적발 건수는 2020년 97건, 2021년 118건, 2022년 146건, 2023년 113건, 2024년 114건이었다.
문제는 적발된 유해업소들이 계속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적발한 업소 227곳 중 2회 이상 단속된 곳은 96곳(42.3%)에 달했다. 심지어 이 중에서 17곳(7.5%)은 4회 이상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227곳 중 83.3%에 달하는 189곳이 영업을 다시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A업소도 이 중 하나다.
일선 경찰은 보호구역 내 유해업소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집중 단속 이외에도 수시로 유해업소 단속에 나서지만 적발된 업소들이 머지않아 영업을 재개한다. 그러면 다음 단속에서 다시 이들을 적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단속에 나서봤자 폐쇄 등 조치가 따르지 않으니 힘이 빠지고 법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말했다.
적발 업소에 대한 철거 조치가 의무화되지 않은 탓에 보호구역 내 유해업소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교육환경법 제10조 1항은 지자체장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불법업소에 대한 영업정지나 시설철거 등을 명할 수 있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 시 행정 처분이 의무가 아니라 선택으로 돼 있는 게 문제”라며 “경찰이 적발하면 교육지원청에 통보하고 교육장이 지자체에 철거를 요청하는 순서인데, 지자체에 해당 문제를 전담해서 다루는 부서가 없어 철거 요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단속에 나서도 행정처분을 내리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적발 시기를 세밀하게 관리하면서 영업정지나 허가취소를 명령하는 지자체 내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개인 재산권과 관련한 문제이니 조심스럽게 접근하되, 재발 시에는 폐쇄하도록 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