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구매 비용 증가 주범으로 지목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안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하며 법 제정 10년 만에 본격적인 폐지 수순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2010년대 초반까지 시장을 휩쓸었던 ‘공짜폰’ 열풍 부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안은 지난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단통법 폐지안은 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 상한제 폐지, 제조사별 장려금 공개 의무화, 선택약정제(선약) 유지가 핵심이다.
이 중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큰 것은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 제도 변화다. 공시지원금은 특정 휴대전화를 구매하면 얼마를 지원하겠다며 통신사가 공시하는 금액이다.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 이내에서 주어지는 부가 할인이다.
과거에는 판매자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할인 상한선이 없어 지원금 마케팅이 치열했다. 발품을 팔아 조건이 좋은 판매점을 찾아낸 소비자들은 출고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휴대전화를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가 부족한 이들은 비싸게 구매하는 정보 비대칭 역효과가 커지면서 단통법이 탄생했다.
하지만 단통법은 취지와 달리 휴대전화 구입비가 점점 늘어나는 부작용이 커지면서 10년 만에 폐지 기로에 섰다. 다만 단통법 이전의 공짜폰 시대가 다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한 통신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선 10년의 세월 동안 이미 통신 3사 간 경쟁이 사라지며 5(SK텔레콤)대 3대(KT) 2(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이 굳어졌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레드오션이 돼버린 시장에서 과거처럼 마케팅 출혈 경쟁을 통한 고객 유치전을 벌일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제조사별 장려금 공개 의무화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소수 해외 제조사가 나머지 점유율을 가져간다. 애플 등 해외 기업들이 장려금 공개 의무 조항을 따를지 미지수다. 정보 미공개에 따른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만큼 경쟁적으로 장려금을 올릴 이유가 없다.
선약 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하는 안에 대해서는 시장 반응이 갈린다. 선약은 고객이 통신사와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통신요금의 25%를 할인받는 제도다. 일부는 통신비 절감 효과가 가장 큰 제도라며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통신사들이 선약을 염두에 두고 비싼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위약금 부담을 느끼는 선약 고객이 한 통신사에 계속 묶여있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과거처럼 고객 가입 유치전에 나서지 않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해서는 단통법 폐지에 그치지 않고 요금제 상한선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남진 이동통신판매점협회(KMDA) 회장은 “고가 요금제에서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를 삭제하고 유럽처럼 이동통신 상품 요금 상한을 설정해 투명하고 부담 없는 요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