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측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행사’가 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차관급 인사는 추도식 직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황급히 행사장을 떠났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24일 오후 1시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추도식을 개최했다. 이번 추도식은 지난 7월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이 한국의 등재 동의를 얻기 위해 매년 열기로 약속하면서 개최된 행사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의 야스쿠니 참배 이력이 드러나자 한국 외교부는 전날 보이콧을 선언했다.
행사 시작 5분 전쯤 도착한 일본 정부 인사들은 단상 오른편 좌석을 채웠다. 반면 왼편은 한국 정부 관계자와 유족들의 불참으로 절반가량이 비었다. 결국 100석 중 40여석이 빈 상태로 행사가 시작됐다.
추도식은 묵념, 내빈 인사말, 헌화 순으로 약 40분간 진행됐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사도광산이 있는 니가타현, 사도시와 한국 간 교류에 대해 언급하며 “니가타현·사도시와 한국 사이의 관계가 더 강화될 것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한반도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을 했다고 밝혔지만, 노역의 강제성을 보여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추도식 종료 직후 뒷문을 통해 행사장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취재진 10여명이 그를 둘러싸고 야스쿠니 참배 여부 등에 관해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불참에 적지 않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외무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일본은 성실하게 대응해 왔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국 측 불참의 최대 원인 제공자인 이쿠이나 정무관도 행사에 앞서 TV아사히에 “의원 취임 이후 야스쿠니에 참배한 적이 없다”며 “양국이 정중하게 의사소통을 해왔는데 한국이 불참해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도시의 한 의원은 교도통신에 “일본 정부가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