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권에서 매년 받는 ‘특별기여금’ 제도를 두고 양측 사이 입장 차가 감지된다. 특별기여금은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금융권에 투입한 97조원의 재정 일부를 회수하기 위한 제도다. 은행 등 부보금융기관(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내고 보험보장을 받는 금융기관)이 예금잔액의 일정 비율을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예보채기금)으로 내도록 한 것이다.
금융권은 20여년간 낸 총액이 30조원에 육박하자 ‘이제는 그만 내도 되지 않느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이런 기류를 포착한 정부는 아직 납부 기한이 남은 상황에서 ‘힘들 때 도움받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못 내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다.
금융권이 특별기여금을 못마땅해하는 주된 이유는 그간 낸 돈이 당초 전망한 민간 부담액(20조원)을 넘어선 것과 관련이 있다. 금융권은 2003년부터 매년 예금잔액의 0.1%를 예금보험공사에 예보채기금으로 상환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2024년 공적자금관리백서’에 따르면 금융권이 지난해까지 낸 누적 특별기여금은 28조434억원이다. 금융권 예금이 늘면서 기여금 규모도 그에 맞춰 늘어난 것이다. 은행 예금은 2021년 기준 1869조230억원에서 지난해 말 1993조560억원으로 3년 사이 124조330억원(약 6.6%) 늘었다.
2002년 정부는 공적자금 상환대책을 수립하며 지출액 97조원 중 28조원만 회수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회수 불가능 판단이 내려진 69조원 중 49조원은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20조원은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 금융기관(은행·증권사·보험사·종합금융사·상호저축은행)이 2027년까지 특별기여금 명목으로 부담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금융권은 현시점에서 특별기여금 납부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적자본 외에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돈도 많다”며 “재논의를 통해 특별기여금으로 낸 돈을 실적으로 인정해 주거나 특별기여금을 내는 규모, 기간 등을 다시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기재부는 법에 명시된 일정이나 규모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담액이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여금 총액은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고 맞선다. 또 금융권 부담액을 추산했을 당시와 지금의 금융권 규모, 한국 경제 규모가 커진 것을 근거로 부담액이 20조원을 넘어선 건 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세수 부족이 지속되는 점도 정부 입장에선 물러서기 어려운 이유가 되고 있다. 예보채기금은 금융위원회 공적자금상환기금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 전출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56조원 정도의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공자기금을 활용했고, 올해도 30조원 정도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상으로 2027년까지 내도록 명시돼 있다. 이제 와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