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이던 재판은 중단돼야 할까, 계속 진행돼야 할까.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심리해 봐야 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국회에 제출했다. 관련 심판이 접수돼 본격적인 심리를 진행한 뒤에야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거란 의미다. 이 문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여야 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헌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 유권해석을 요청한 데 대해 “헌재는 사후적·구체적 규범 통제기관으로서 구체적 사건이 청구됐을 때 재판부의 심리를 통한 결정 형식으로 의견을 밝힐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회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대통령이 형사재판 진행에 따른 불소추특권 침해를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이 있어야 심리를 거쳐 결론을 밝힐 수 있다는 얘기다. 헌재가 헌법 84조 해석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낸 건 처음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4건의 형사소송에 걸려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판 절차가 중단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 상황과 ‘트럼프 시나리오’를 연결 짓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헌법 84조에 대해 “재직 중인 대통령에 대한 공소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일반론적 해석만 내놨다. 재직 전 공소 제기된 대통령의 재판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서에서 “형사상 소추에는 기소만 해당한다는 의견과 기소에 따른 재판도 포함한다는 의견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불소추특권 해석을 놓고 ‘아전인수’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1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헌재에 “대통령 임기 중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면 직이 상실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법률 효과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고 답변했다. 여권은 이를 근거로 이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사법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공세를 폈다.
지난달 25일 법사위 국감에서는 민주당이 역공에 나섰다. 이건태 의원은 “당선된 이후 형사재판이 진행되느냐 중단되느냐”고 헌재에 물었다. 김 사무처장은 이번에는 “실제 사례가 없고, 그 부분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 견해가 있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법제처도 “법제처 법령해석은 행정법령 관련 행정부 내 견해를 통일하기 위한 것”이라며 “헌법 84조 해석에 관한 의견을 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제처는 ‘대통령 당선 후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경우’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등은 피선거권 박탈 시 퇴직 규정이 있지만 대통령이 피선거권을 상실한 효과에 대해서는 헌법·법률에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입법 공백 문제를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