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 당선되면 재판 중단?… 헌재 “심리해 봐야 안다”

입력 2024-11-24 18:54 수정 2024-11-24 22:1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선고공판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청사 출입 통제 안내글이 붙어 있다. 권현구 기자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이던 재판은 중단돼야 할까, 계속 진행돼야 할까.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심리해 봐야 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국회에 제출했다. 관련 심판이 접수돼 본격적인 심리를 진행한 뒤에야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거란 의미다. 이 문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여야 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헌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 유권해석을 요청한 데 대해 “헌재는 사후적·구체적 규범 통제기관으로서 구체적 사건이 청구됐을 때 재판부의 심리를 통한 결정 형식으로 의견을 밝힐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회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대통령이 형사재판 진행에 따른 불소추특권 침해를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이 있어야 심리를 거쳐 결론을 밝힐 수 있다는 얘기다. 헌재가 헌법 84조 해석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낸 건 처음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4건의 형사소송에 걸려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판 절차가 중단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 상황과 ‘트럼프 시나리오’를 연결 짓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헌법 84조에 대해 “재직 중인 대통령에 대한 공소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일반론적 해석만 내놨다. 재직 전 공소 제기된 대통령의 재판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서에서 “형사상 소추에는 기소만 해당한다는 의견과 기소에 따른 재판도 포함한다는 의견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불소추특권 해석을 놓고 ‘아전인수’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1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헌재에 “대통령 임기 중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면 직이 상실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법률 효과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고 답변했다. 여권은 이를 근거로 이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사법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공세를 폈다.

지난달 25일 법사위 국감에서는 민주당이 역공에 나섰다. 이건태 의원은 “당선된 이후 형사재판이 진행되느냐 중단되느냐”고 헌재에 물었다. 김 사무처장은 이번에는 “실제 사례가 없고, 그 부분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 견해가 있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법제처도 “법제처 법령해석은 행정법령 관련 행정부 내 견해를 통일하기 위한 것”이라며 “헌법 84조 해석에 관한 의견을 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제처는 ‘대통령 당선 후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경우’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등은 피선거권 박탈 시 퇴직 규정이 있지만 대통령이 피선거권을 상실한 효과에 대해서는 헌법·법률에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입법 공백 문제를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