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상처 수술법’으로… 100세도 척추수술 받는 시대

입력 2024-11-26 04:07
척추인대재건 수술 장면. 최근 최소 절개·침습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고령 환자들의 수술이 늘고 있다. 청담우리들병원 제공

흉추(등뼈) 척추관 협착증을 진단받은 김모씨는 올해 102세다. 10여년간 통증을 겪어왔으며 최근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해 하반신 마비로 걷기가 힘들어졌다. 대소변 장애도 생겼다.

여러 대학병원, 종합병원을 가 봤지만 ‘수술이 쉽지 않다’ ‘수술로 더 위험해질 수 있다’ ‘고령에다 골다공증이 심해 큰 수술을 견디기 힘들다’ 등의 이유로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웠다. 거동을 못 하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 전문 청담우리들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이곳에서 고령 환자에게도 안전한 최소 절개·침습(상처) 치료를 받고는 고통에서 벗어났다. 주치의는 “김씨의 경우 초고령임에도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수술 방법을 찾지 못해 진통제와 보존 요법에 의지하며 오랜 기간 참고 견뎌야 했다”고 전했다.

청담우리들병원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시행한 척추 수술 6만1610건을 분석한 결과 10년간 평균 연령이 매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환자의 평균 연령이 남성은 58.9세, 여성은 64.26세로 2014년(각각 50.12세, 58.58세)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65세 이상 고령 환자가 절반에 가까운 45.7%를 차지했다. 이는 2014년(29.6%)에 비해 1.5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 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10년 사이 60대의 수술 비율은 약 50%(2014년 19.76%→2023년 30.98%), 70대는 약 35%(16.46%→22.24%) 늘어난 반면 80대 이상은 130% 증가했다(3.53%→8.15%). 최근 4년간 80대 이상 수술 환자만 보면 80대가 2020년 293명에서 지난해 557명으로, 90대는 7명에서 17명으로 증가했다. 2020년 한 명도 없던 100세 이상 환자는 2021년 1명, 2022년과 2023년 각 2명으로 늘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신상하 병원장은 25일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들은 척추 수술에 대해 심적, 신체적으로 큰 부담과 불안을 느낀다. 절개가 필요 없는 안전한 치료법이 있는 것을 모르고 심한 신경 손상이 생긴 후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했다. 최근 최소 절개, 최소 침습 수술의 발전으로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이용해 뼈를 절제하지 않고 병이 든 인대만 제거함으로써 완치도 가능하다. 앞서 김씨도 척추뼈를 잘라내고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기존 개방형 절개 수술 대신, 미세 현미경으로 딱딱하게 굳어 신경을 누르는 인대를 제거하는 감압술을 받고 통증과 기능 장애를 치료할 수 있었다.

신 원장은 “출혈이 거의 없어 수혈이 필요하지 않으며 수술 후 회복이 빨라 수술 당일부터 보행도 가능하다”면서 “척추 질환을 노화로 받아들여 무작정 참고 견디기보다는, 고령 환자들도 안전하게 합병증 없이 치료받고 건강한 생활을 되찾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소 상처 수술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척추뼈·근육·신경을 손대지 않는 허리 디스크 시술, 협착증으로 눌린 신경의 압력을 풀고 나사못 고정 없이 척추뼈를 안정화하는 척추인대 재건술, 등이 아니라 복부 쪽으로 접근해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무수혈 최소 침습 척추유합술 등이 있다. 신 원장은 “고령 환자의 수술은 매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진단부터 치료 계획, 수술 후 모니터링까지 여러 전문의와 함께 점검하며 오진이나 재발, 후유증 없는 치료를 위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