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주 7일” 정부 “24시간 내”… 더 빨라지는 택배업계 속도 경쟁

입력 2024-11-25 00:13 수정 2024-11-25 00:25
사진=윤웅 기자

택배업계에 ‘주 7일 배송’이 대두하고 있다.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을 도입하면서다. CJ대한통운이 쿠팡처럼 매일 배송에 돌입하면서 택배 시장이 더 빠르고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중소 택배사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택배 기사들 사이에는 과로 우려가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내년 초부터 24시간 내 7일 배송을 핵심으로 하는 가칭 ‘매일 오네(O-NE)’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택배기사에게는 수입 감소 없이 주 5일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CJ대한통운이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전국적인 물류 인프라가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곤지암메가허브 등을 포함해 14곳의 허브터미널과 276곳의 서브터미널 등을 갖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16년 당시 4000억원을 투자해 하루 17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곤지암메가허브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정부 역시 어디서나 24시간 안에 택배를 받을 수 있는 배송 서비스 체계를 2030년까지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쿠팡에 이어 CJ대한통운까지 공격적인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자 경쟁사들도 물류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진·로젠·롯데택배 등 대형 택배사들은 아직 주 7일 배송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진 않았지만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소 택배사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주 7일 배송 흐름이 업계 표준이 될 경우 중소 택배사 역시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도입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과 부족한 물류 인프라를 보유한 택배사의 경우 추가 인력 고용 등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택배업계는 대형 택배사들의 경쟁 심화에 따라 중소 택배사 물량이 대형사로 더욱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방침에 대해 “근로시간 확대로 과로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제외한 빌라 거주지역과 외곽지역의 경우 사실상 추가 출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사측과 노조는 지난 9월 말부터 네 차례 교섭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주 7일 배송 서비스는 업계 첫 시도인 만큼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택배노조뿐만 아니라 전체 종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소비자에게 더욱 나은 서비스를, 판매자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