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 한강 어린이공원 옆에는 두란노교회(이상문 목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교회에서 마주하기엔 생소한 기계가 눈길을 붙잡았다. 인형뽑기 기계다. 기계 안에는 간식과 잠옷 등 다양한 물품이 들어 있다. 아래에 붙여진 전단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본 기계의 수익금은 다음세대 아이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됩니다.’
시선을 옮기자 1층 예배당 옆에 정글짐이 놓인 실내놀이터가 눈에 띄었다. 유아용 장난감들이 즐비했다. 하나같이 관리가 잘 된 것처럼 보였다. 중·고등부 예배당엔 노래방 기계가 설치돼 있고, 식당 한편엔 공부방이 들어서 있다. 교회는 젖먹이부터 걸음마를 막 뗀 아이들을 둔 부모들이 편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본당 공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회 곳곳에는 다음세대를 향한 사랑과 배려가 묻어 있었다.
다음세대를 위한 교회 건축
두란노교회는 1995년 서울 강서구에서 개척교회로 문을 열었다. 점차 교세가 늘면서 24년 가까이 주민과 호흡했다. 2019년 무렵, 신도시 개발로 교회에서 멀어지는 성도들을 발견하곤 이들을 위해 김포 운양예배당을 짓기도 했다.
지난 20일 김포 목양실에서 만난 이상문 목사는 “김포 운양예배당은 교회를 건축할 때부터 다음세대에 방점을 두고 계획해 지었다”며 “김포에 신도시가 세워지면서 지역사회 평균나이(35세)가 젊어진 점과 이들에게 어린 자녀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땅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가 다음세대를 가르치지 않으면 복음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음세대에 진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이들을 복음과 사랑으로 가르친다면 후대에도 계속해서 복음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의 목회철학에 따라 교회는 다음세대 교회학교 예산 편성을 따로 하지 않는다. 예산을 편성한다는 사실이 다음세대 사역에 한계선을 긋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교회는 교회학교에서 예산을 요청하면 100% 전부 지원한다.
복음의 씨앗을 파종하다
두란노교회는 다음세대 신앙 교육에도 진심이다. 교회는 해마다 봄 방학이 진행되는 2월 마지막 주에 어린이 특별 새벽기도회(어특새)를 연다. 어특새는 아이들이 새 학기를 맞이하고 새로운 상황에 마주할 때, 먼저 기도로 준비하고 시작하도록 돕는 취지의 기도회다.
한 달에 한번 온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FW새여시’(Family with 새벽을 여는 시간)도 있다. 새벽이라곤 하지만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오전 7시에 시작한다. 자리에선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기도하고 아침 식사가 이어진다.
이 목사는 “(본인은) 어렸을 적 교회학교 선생님이 눈물로 가르친 복음 하나 덕분에 6년을 방황하다가 예수 그리스도 앞에 무릎을 꿇었다”며 “아이들은 세월의 풍파를 거치면서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심어진 신앙의 씨앗은 내가 겪었던 것처럼 위기에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게 교회의 노력은 주일학교 출석 인원 350여명이란 열매로 이어졌다.
교회는 문을 연 뒤로 해마다 ‘꿈을 먹고 살지요’(꿈먹살)란 어린이날 기념행사도 개최한다. 교회 옆 어린이공원 일대에서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초청해 다양한 체험 부스와 놀이기구, 먹거리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지역사회 ‘돌봄의 구원투수’로
두란노교회는 지난달 ‘응급 돌봄센터’ 운영에 나서기도 했다. 부모가 평일에 급한 일이 생겨 아이를 맡길 데가 필요할 때, 교회에 신청하면 여유 시간이 있는 성도들이 아이를 돌봐준다. 교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응급 돌봄센터는 비신자를 위한 배려가 담겨 실제 가정집과 같이 꾸며졌다. 유아를 위한 침대부터 다양한 간식에 이르기까지 육아하면 없는 게 없을 정도였다.
최초로 교회 응급 돌봄센터를 사용한 방윤진(41) 권사는 “막내가 아플 때였다. 아이가 세 명이 있는데 모두 데려가기엔 버거워서 교회에 아이들을 맡기기로 했다”며 “오롯이 막내에게만 신경을 쓸 수 있어 치료도 잘 받았다. 교회에 있던 아이들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생각보다 주변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맡기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며 “한국교회에서 적극 나서서 이 같은 활동을 펼친다면 교회 이미지 제고와 함께 복음을 전할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교회는 응급 돌봄센터와 같이 지역주민도 사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어린아이를 비롯해 어르신까지 돌보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며 “정부가 미처 찾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일을 교회가 맡아 주님의 사랑을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음세대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며 “교회 건물을 남기는 것이 아닌 사람을 남기도록, 한국교회가 다음세대 사역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포=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