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지기능 개선을 내세운 다양한 형태, 성분의 제품이 ‘뇌영양제’라는 이름으로 출시되고 있다. 전문의약품으로 널리 알려진 성분은 콜린알포세레이트다. 알츠하이머병 등의 인지기능 개선이 필요한 환자에게 많이 처방됐다. 현재 60여개 제품이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지난해 처방액이 5000억원 넘는다. 하지만 이 성분은 치료 효과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보건당국이 급여를 대폭 축소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서유럽 등 상당수 국가에선 해당 성분을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은행잎 추출물도 인지기능 개선에 쓰이는 약이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돼 있지만 병·의원에서 처방돼 왔다. 240㎎ 이상 고용량 복용 시 일부 연구에서 인지능력 개선에 긍정적 결과가 보고됐다. 2021년 발표된 독일 문헌에 따르면 은행잎 추출물을 5회 이상 처방받은 그룹은 한 번도 처방받지 않은 그룹보다 치매 발생률이 42% 감소했다. 이 연구에서 은행잎 추출물 적용 환자의 83%가 240㎎을 복용했다. 은행잎 추출물은 혈액순환 개선과 항산화 작용을 통한 신경세포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광고 등을 통해 많이 선전되는 제품에도 은행잎 추출물이 쓰인다. 은행잎과 함께 인삼을 섞은 일반의약품으로, 12개 제품이 나와 있다. 다만 이 제품의 은행잎 추출물 함량은 임상연구를 통해 검증된 240㎎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밖에 은행잎 추출물과 흰목이버섯효소분해 추출물, 각종 비타민을 포함한 건강기능식품이 다수 출시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뇌 기능 개선제를 통해 근원적 치료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가천대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25일 “뇌 기능 개선제는 인지기능을 좋게 하고 신경보호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의 통칭으로, 마치 뇌에 영양을 준다는 의미로 비치는 ‘뇌영양제’ 표현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뇌 기능 개선제가 치매를 예방한다는 어떠한 연구결과도 없으므로 치매 예방약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0㎎ 함량을 가진 은행잎 추출물 제품의 경우 다른 제품들에 비교해 인지 개선과 신경보호 관련 연구결과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혈관성 위험 요인이 있는 등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히 사용해야 긍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박 교수는 “뇌 기능 개선제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으므로 인지기능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전문의 상담을 먼저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