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 악몽… 손해는 점주들 몫

입력 2024-11-25 02:21
게티이미지뱅크

외식 프랜차이즈업계에 다시금 ‘오너리스크’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김밥 프랜차이즈 김가네가 창업주의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가맹본부는 물론 점주들까지 불안에 떨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여성 직원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던 김용만 전 김가네 회장이 최근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최근 수사를 마무리하고 김 전 회장을 준강간치상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술을 강권하고 한 직원이 정신을 잃자 근처 숙박업소에서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김 대표는 해임 조치됐지만 며칠 후 다시 대표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연일 김 회장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김가네 가맹점주들은 전전긍긍했다. 한 점주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배달 플랫폼 갑질, 경기 하락에 이어 전 회장의 성폭력 문제가 우리를 두 번 죽이고 있다”며 “추후 본사 대응에 따라 매장 운영을 지속할지 기로에 서 있다”고 토로했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오너리스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맹점주들은 오너리스크로 인한 브랜드 여론 악화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까지 겹치며 생업 전선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과거 외식기업들 선례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치킨업계가 대표적이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2017년 최호식 전 회장이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자 가맹점 매출이 40%까지 급감했다. 2019년 일명 ‘호식이방지법’이 생겨나기도 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가맹점주 폭언’ 등으로 논란이 됐다.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나빠진 브랜드 이미지로 가맹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의 6촌 동생이 대구 한 음식점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2018년에 공개되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미스터피자의 경우 정우현 전 회장이 경비원을 상대로 폭행·욕설을 하고, 친족 운영 회사를 통해 치즈를 비싼 가격에 공급하는 ‘치즈 통행세’로 뭇매를 맞았다. 이에 실적 악화와 가맹점주 감소로 입지가 하락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봉구스밥버거는 마약 복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오세린 전 대표로 인해 ‘마약밥버거’ ‘뽕밥버거’ 등으로 불리며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오 전 대표와 본사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가맹본부나 임원의 위법·부정행위로 가맹점주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책임을 지우는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너리스크 사건과 가맹점주의 매출 감소의 관계를 증명해야 하는데 무형의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순 있겠지만, 피해 입증부터 실제 배상까지 막대한 시간이 걸려 고통은 오롯이 가맹점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향후 재발 방지 대책, 손해에 대한 피해배상 등 대응 프로세스를 준비해 한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