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재곤 (11) 인생 끝자락에서 만난 기적… 새 희망 속 주님 손길 느껴

입력 2024-11-26 03:05
김재곤 가마치통닭 대표가 한 기도원의 기도 골방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목우촌과 마니커 충주공장 대표이사로 일하며 책임 경영 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시절 비보가 들려왔다. 회사 사주인 A회장이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 사업에 투자했는데 그게 탈이 났다. 결국 이게 문제가 돼 회사 존립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부족한 자금을 긴급히 빌려 잘 해결되는 듯했지만 2011년 자금을 빌려줬던 회사로 매각되고 말았다. 새로운 사주는 내게 3년 동안 더 수고해 달라고 붙잡았지만 고사했다. 좋은 조건이었지만 회사가 휘청이는 과정에 새로운 비전이 생겼다.

사업을 통해 선교활동을 하겠다는 오랜 꿈이었다. 대출을 받아 충주에 1만평 부지를 샀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선교 후원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법적 절차도 마무리했다. 환경 평가를 받았고 민가에서도 1㎞ 이상 떨어져 있어 주민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환경이었다. 양계장 설계까지 마치고 착공을 준비하던 어느 날이었다.

‘환경 파괴하는 양계장 반대한다’ ‘냄새 때문에 주민들 다 죽는다’ ‘청정 지역에 양계장이 웬 말이냐’ 같은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가 동네 입구에 붙었다. 난데없이 주민들이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시 충주시장까지 찾아와 주민을 설득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아무리 설명해도 요지부동이었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난 상황에서 결국 주민 반대로 양계장 사업을 접었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입도 없는데 당장 대출이자 부담이 엄청났다.

나도 문제였다. 마음의 응어리가 사라지질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힘든 시기였다. 우울증이 왔을 정도였다. 강남금식기도원에 들어가 1주일 작정 기도를 하기로 했다. 기도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도하는데도 마음이 불편했다. 분노와 욕심을 갖고 하는 기도는 그렇게 제자리를 맴돌았다.

일주일이 지나 기도원을 내려가야 할 때가 됐는데도 마찬가지였다. 기도원을 나서기 전 불현듯 ‘30분만 더 기도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기도굴로 들어갔다. 그 짧은 시간에 “다 내려놓아라” 하는 기도 응답을 받았다. 마음이 편해졌지만 그때부터 1년은 연단의 시간이었다. 대출금이 문제였다. 땅이라도 팔리면 숨통이 트일 텐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이자로만 매달 1000만원씩 내야 했었으니 이만저만 고통이 아니었다.

노숙자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이었다. 2012년 12월 말, 청계산 금식기도원에 있을 때였다. 훗날 국회의원이 된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혹시 김포에 있는 도계장 좀 맡아 줄 수 있을까.” 인생 막장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본 순간이었다. 나는 바로 수락하고 영업본부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도계장 일은 잘 풀렸다. 그리고 충주의 부지까지 팔렸다. 7개월 후에는 친구와 공동대표가 됐다.

인생이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큰 회사 대표로 승승장구한 것도 나였고 양계업을 하려다 무너진 것도 나였다. 다시 기사회생에 선 것도 나였다. 모든 세월의 나를 지켜보시고 그때마다 필요한 복음 주신 건 주님이었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