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체중과 무릎의 바른 정렬

입력 2024-11-26 00:32

관절염의 원인으로 흔히 과체중과 비만을 꼽는다. 이 둘이 관절 부담을 증가시키는 데다 특히 무릎 관절염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타당한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마르고 체중이 가벼운 사람 중에도 관절염 환자가 적잖다. 체중과 관절염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체중은 관절 건강에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꼭 묻는 말 중 하나는 젊었을 때의 키와 현재 체중이다. 나이가 들면 대부분 키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대개 무릎이 휘거나 척추 디스크가 압박돼 그 길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허리와 등이 휘면서 키가 작아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키가 줄었다고 해서 체중도 함께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젊었을 때 키가 162㎝였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157㎝가 되었다고 해서 적정 체중이 52㎏에서 47㎏으로 감소하는 게 아니다. 의학적으로는 여전히 젊었을 때의 키를 기준으로 한 체중, 즉 52kg을 적정 체중으로 간주한다. 키가 줄었다고 해서 관절이 견딜 수 있는 체중이 줄어드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체중과 관절염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과거엔 비만 인구가 적었기에 관절에 가해지는 체중으로 인한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과체중이 일상적인 문제가 되면서 관절염 발병률이 높아졌다. 현재 일반적인 ‘적정 체중’ 기준은 과거와 달리 키에서 110을 빼는 것이 아니라 100 정도를 빼는 것으로 달라졌다. 이로 인해 여러 사람이 적정 체중이라고 생각하던 체중 범위도 사실상 과체중에 속하게 된다. 따라서 마른 체격임에도 관절염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과거 기준으로 보면 과체중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체중이 적은 데도 관절염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다.

또한 무릎 관절이 받는 하중의 부담은 체중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다리의 모양, 특히 무릎의 축이 바르게 정렬되어 있는지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다리가 곧다면 체중은 무릎 안쪽과 바깥쪽 모두 균등하게 분포된다. 하지만 무릎 축이 5도만 틀어져도 해당 쪽에 가해지는 부담은 반대쪽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체중이 늘지 않더라도 다리 정렬이 틀어지면 무릎 한쪽에 가해지는 압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체중이 적더라도 관절염에 걸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무릎이 오다리로 휘어지면 무릎 안쪽은 자신보다 훨씬 무거운 체중을 지탱하는 것과 같은 압박을 받는다. 무릎의 바깥쪽은 비교적 적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사용량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같은 무릎이지만 안쪽은 빠르게 노화하는 반면 바깥쪽은 상대적으로 더 젊은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로 무릎을 찍어보면 무릎 안쪽 연골이 실제 나이보다 20~30년 더 사용한 것처럼 닳아있고 바깥쪽 연골은 젊은이의 연골처럼 깨끗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각도가 더 커질수록, 가령 7~9도 이상 틀어지면 부담이 두세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이러면 체중이 적더라도 관절염에 걸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젊은 노인’의 개념을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건강한 관절을 유지하는 사람, 젊은이처럼 활동적인 노인’이다. 이를 위해선 체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수정하고 운동과 식습관, 자세 교정 등으로 관절에 주는 부담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체중 관리와 운동을 병행하면 적잖은 이들이 ‘젊은 노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는 관절염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자기 체중이 많지 않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고 현재 관절이 어떻게 부담을 느끼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른 체중 관리와 함께 꾸준한 운동, 정기적인 관절 상태 점검으로 우리는 모두 젊은 노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갈 수 있다. 희망은 가까이에 있다. 바로 지금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몸을 돌보고 관리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