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험 일주일 전 언어재활사 응시 자격 박탈당한 수험생들

입력 2024-11-25 01:10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연합뉴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오는 30일 시행 예정인 제13회 1·2급 언어재활사 국가시험을 앞두고 지난 22일 사이버대학 등 원격대학 학위 취득자의 응시 원서를 전격 취소했다. 이는 한국언어재활사협회가 특정 원격대학 출신자의 응시 자격을 인정한 국시원의 시험계획 공고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최근 대법원이 협회의 손을 들어준 판결에 따른 조치다.

언어재활사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중재와 재활을 담당하는 전문가로,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2급은 고등교육법상 대학원·대학·전문대학에서 언어 재활 관련 학위를 취득하면 응시할 수 있으며, 1급은 2급 소지자가 일정 경력을 쌓은 뒤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재활사협회는 원격대학에서는 실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해왔고, 대법원의 판결로 해당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국시원이 시험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응시 자격 취소를 통보한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졸속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간 1, 2심을 거치며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자격만 박탈했다. 그러고선 법률 개정 등 후속 조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수험생들에게 무책임하게 비칠 뿐이다.

원격대학 출신의 응시생이 해마다 전체 응시자의 15%를 차지해왔다는 점은 원격대학이 일정 수준의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많은 수험생이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언어재활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원격대학의 교육과정을 선택했는데 시험을 코앞에 두고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이들의 시간과 노력, 미래를 무너뜨리는 결정이다. 정부와 국시원은 수험생들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응시 수수료 환불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특례시험 시행 등 구체적 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원격대학 학위의 자격 요건을 명확히 하고 교육과정을 개선해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시험은 개인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절차다. 졸속 행정으로 시험의 신뢰를 무너뜨린 이번 사태는 국가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