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우리가 상상해야 하는 것

입력 2024-11-25 00:34

올해는 비행기를 자주 탔다. 인간으로서 비행은 자연에 반하는 행위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지상과 물속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환경인 반면 하늘은 인간이 의지와 지성을 활용하여 개척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인간이 하늘을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명한 작은 지상이다. 공기가 있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온도가 있고 그곳에서 먹을 수도 잠들 수도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을 보며 어떻게 자신도 그럴 수 있으리라 상상한 것일까? 어떻게 뱃속에 사람들을 태우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아가는 거대한 기계 새를 떠올릴 수 있었을까? 비행기에서 창밖의 하늘과 구름을 바라볼 때 지금의 나를 이곳에 있게 한 인류의 상상력과 욕망을 실감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있기 전에 그것에 대한 상상이 먼저 존재했다. 건물도 인간도 없이 강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었을 도시의 오랜 과거를 떠올린다. 인간은 가장 먼저 집을 상상했고 더 편안한 은신처와 공동 구역을, 그 모든 것을 구획하는 길과 편의시설을 상상했으며 그것을 실현했다. 과거의 상상이 실현된 장소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다.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들의 일부는 미래의 세계를 이루게 될 것이다. 상상은 그러므로 미래를 이곳으로 끌어당기는 멋진 일이지만 언제나 우리의 욕망과 결부되어 있다. 날고 싶다는 욕망이 비행기라는 기계를 현실의 것으로 만들어낸 것처럼.

비행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고 멀리까지 갈 수 있는 운송 수단이 되었지만 동시에 최악의 탄소 배출량을 동반하게 되었다. 우리가 상상해 온 세계로 인해 기후는 망가졌고 동물들은 멸종하고 있으며 인류의 존속 여부까지 불투명한 시대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 상상의 방향을 틀어 효율과 개척에 대한 욕망을 통제하는 상상, 우리와 자연의 연결을 강화하는 상상, 속도를 늦추는 상상에 몰두해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의 상상만이 우리의 미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