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은혜에 웃음 더하고파” 행복한 교회 꿈꿔

입력 2024-11-25 03:07
이은호 온수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구로구 교회 앞에서 자신의 목회 철학을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서울 구로구 온수교회를 취재하면서 떠오른 속담이다. 이은호(56) 목사는 설립 44년 차인 이 교회 세 번째 담임이다. 이 교회 성도들은 두 차례 불명예스러운 리더의 퇴장을 지켜봐야 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굳건히 교회를 지킨 성도들은 필연 힘든 순간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이 목사의 가장 큰 목회 목표는 거창한 게 아니었다. ‘성도에게 웃음을 주자’는 것이었다. 최근 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영국 복음주의자 조지 뮬러의 기도처럼 우리 성도들이 하나님으로 인해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웃는 교회가 목표… 다양한 행사 마련

이 목사는 6년 전 이 교회에 부임했다. 교회 개척을 준비하던 중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오히려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같은 노회 소속 한 장로의 소개로 이 교회 담임 자리에 지원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서야 성도 여러 명이 그가 교회에 처음 왔을 때 예배당에 들어가 먼저 기도하는 모습을 봤고, 이를 좋게 평가했다는 후일담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지난 4월 교회 임직식에서 임직자 등 성도들이 선글라스를 낀 채 익살스러운 율동에 맞춰 찬양하는 장면. 온수교회 제공

이 목사는 “우리 교회 성도들은 교회가 어려울 때 교회를 떠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한 분들”이라고 했다. 그는 다소 침체한 교회 분위기를 변화시키려고 먼저 애썼다. 지난 4월 임직식에서 연출된 특별한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엄숙한 분위기 일색인 타 교회와 달리 직분을 받은 장로 권사 안수집사가 선글라스에 복고풍 머리를 한 채 찬양하며 코믹댄스를 췄다. 이 목사는 “부정적인 경험을 적잖게 했던 성도님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더 많이 시켜드리고 싶었다”며 “마지못해 직분을 맡기보다는 모두가 은혜의 기쁨을 누렸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성도들을 다양한 행사에 참여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최근 교회 창립 기념 주간엔 해외 선교지 주민들의 의상을 입고, 각 나라 언어로 노래하는 찬양대회를 개최했다. 금요기도회에 매주 참석한 가족 성도에겐 마지막 주 ‘치킨 파티’를 할 수 있도록 모바일 쿠폰을 주기도 한다. 이 목사는 교회 행사마다 서로 손을 잡고 사랑의 띠를 만들어 서로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영국의 영문학자이자 변증가인 C S 루이스의 주장처럼 행동은 생각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고 했다.

800명 품고 매일 기도 일상

이 목사에겐 새벽예배를 준비하기 전 ‘루틴’이 있다. 오전 3시30분에 일어나 4시까지 교회에 도착하고 5시30분 예배 시작 전 1시간 넘도록 800명 성도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 것이다. 성도와 그의 가족까지 합한 숫자라고 했다. ‘대단하다’는 기자의 칭찬에 이 목사는 “나의 기도 없이 성도들이 하루를 시작하게 하지 않겠다는 선배들의 교훈을 흉내 낸 것뿐”이라고 겸연쩍어했다.

그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교회 직분자들을 ‘기도 교사’로 임명해 각 부서를 위해 기도하도록 한다. 또 교회의 모든 아이는 ‘기도 서포터즈’와 일대일로 연결돼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2월 말부터 기도제목을 공유하고 1년 내내 기도를 받는다. 이 목사는 “아이 한 명을 키우기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다음세대를 위한 어른들의 기도가 절실하다”며 “기도를 해주는 어른들은 ‘마음에 축복을 품으니 자연스레 삶에서 은혜가 넘친다’는 후기를 들려주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힘든 시절 알기에… 주변에 사랑 전하고파”

이 목사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목회자만큼 상담을 많이 하는 사람이 없다’는 주변 조언에 신앙적 결심이 더해져 신학대학원에 들어가게 됐다. 그가 심리학을 공부한 데는 불우한 어린 시절이 크게 작용했다. 외할아버지 성으로 한동안 불릴 정도로 그의 아버지는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자신과 같이 어두운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을 돕고 싶었던 그는 30여년 사역 중 절반 이상 그들과 함께했다.

온수교회가 바자회에서 모인 수익금을 인근 복지관에 전달하는 모습. 온수교회 제공

작은 교회를 돕는 마음도 크다. 온수교회 성도들은 십시일반 모은 헌금을 주변 교회에 흘려보내고 있다. 이 목사는 “우리 형편이 이제 막 괜찮아지는 상황이기에 ‘다른 교회를 돕는 게 가당키나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부터 이웃 교회 서너 곳을 선정해 성도 10명씩 찾아가 함께 예배드리고 십일조나 감사헌금을 드리는 방식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샛강이 마르지 않아야 큰 강도 있는 법이다. ‘하나님 나라’라는 복음의 숲을 이루는데 우리 교회가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교회는 바자회 등을 통한 수익금을 주변 복지관과 개척교회에 후원하기도 한다.

“아픔이 있던 교회라는 말이 주변에서 나올 때 그런 이야기가 듣기 싫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습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이지 않을까요. 성도님들에게 우리가 신앙의 모델이 되자고 늘 이야기합니다. 자기 자리를 지키는 그 꿈을 저와 우리 성도님들이 마침내 이루길 기도합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