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론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과 관련, 어제 “찬반 양측의 입장을 다루는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 20일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재계가 곧바로 반발했기 때문이다. 삼성, SK, 현대차 등 16대 그룹 사장단은 “소송 남발과 투기 자본 공격으로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요 그룹의 공동성명이 나온 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경기가 부진하던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재계의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인데 입법을 좌우하는 다수당 대표가 토론을 통해 논의하자고 화답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재계 반발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혁신 기술이나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선 기업이 초기에 위험 부담을 감수하곤 한다. 그런데 주주들의 소송 제기를 걱정해 결정을 미룬다면 그게 더 기업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해 관계가 다른 주주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상법 개정이 여론의 호응을 얻는 건 많은 기업들이 주주 권익 보호를 등한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주주 이익을 위해 알짜 계열사를 물적 분할하거나 비합리적 유상증자를 강행해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일이 속출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전 세계적으로 유독 성적이 저조한 건 정부 규제 외에 기업에도 원인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 주 토론회를 열 방침이다. 기업 관계자, 투자자들도 동참해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 대표는 “방법에 이론이 있을 뿐 얼마든지 타협해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투자자 보호와 기업 경쟁력 강화는 상법 개정에서 같이 가야 하는 부분이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면 상생의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 악의적 소송을 배척하거나 투기 자본에 견제 장치를 두는 식의 절충점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상법 개정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이사회가 소액주주 이익을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게 계기였다. 하지만 이후 부처 간 이견으로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정부가 이슈를 던진 뒤 뒷짐만 지는 건 무책임하다. 필요하면 야당 토론회에도 참석해 정부 방침을 설명해야 한다. 1400만 투자자와 기업의 관심을 끄는 주요 법안 처리에 여·야·정·시민의 중지를 담고 방향을 모색한다면 의미가 작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