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대인지뢰

입력 2024-11-23 00:40

지뢰는 일정 구역을 지나가는 대상물을 살상 또는 파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기다. 적군이 밟았을 때 상해를 입히는 무기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있었지만 폭발하는 형식의 지뢰는 15세기 중국에서 처음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적을 살상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으나 현대전에서는 적이 쉽게 진격하지 못하게 하는 방어적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대인용과 탱크를 파괴하기 위한 대전차용으로 나뉜다. 대인용은 살상용과 발목 등 신체 일부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소위 ‘발목지뢰’로 구분된다. 공중으로 솟구친 뒤 파편이 퍼져나오도록 해 살상력을 강화한 대인용 도약식 지뢰도 있다.

지뢰의 가장 무서운 점은 위력 자체보다는 매설 및 위장돼 있는 특성상 피해 대상이 적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피가 작고 대량 매설되는데다 유실되는 경우도 많아 아군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게다가 전쟁 후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 대표적인 비인도주의적 무기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1997년 대인지뢰의 생산과 비축, 사용, 이전을 금지하고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도록 하는 대인지뢰금지협약, 일명 ‘오타와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160여개국이 비준했는데 미국과 러시아는 서명하지 않았고, 한국과 북한도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인 2014년 정책적으로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인 2020년 1월 이를 폐지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6월 한반도 외 사용 금지 정책을 되살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러시아 본토 공격 제한을 해제한 데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도 승인했다. 본인이 되살렸던 한반도 외 사용 금지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휴전에 개입하기 전 러시아군의 진격을 최대한 막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다급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