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줄줄이 ‘싹둑싹둑’… 대통령실 특활비도 전액 삭감

입력 2024-11-22 00:04
국회 운영위원회가 21일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80억원이 넘는 내년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전액 삭감했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특활비를 ‘0원’으로 감액한 데 이어 대통령실 활동비도 겨눈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예산심의권을 뭉개버린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운영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활비 82억5100만원과 특정업무경비(특경비) 1억5000만원 일부를 깎은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사용처와 사용 목적 등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다만 대통령경호처의 경우 특활비는 정부 원안이 유지됐고, 특경비만 일부 조정됐다.

여야는 전날 운영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예산안 심사를 벌였지만, 대통령실 특활비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 처리에 실패했다. 이에 운영위 야당 간사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예산안을 전체회의에서 심사·의결할 수 있게 회부해 달라”고 요청했고, 같은 당 소속 박찬대 운영위원장은 이를 수용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에 반발하며 의결 직전 전원 퇴장했다. 여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 손발을 묶는다고 이재명 대표가 사는 것은 아니다”며 “분풀이 예산, 정부 목조르기 예산 (삭감) 말고 정상적 예산안으로 다시 만들자. 예산안 상정을 결단코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민주당이 부실하게 심사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예산안은 설사 운영위 전체회의를 넘긴다고 해도 결국 최종 예산안으로 통과될 수 없음은 잘 알고 있지 않냐”며 따져 물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국민 앞에서 오만방자한 발언을 했다. 이번에 반드시 실력을 보여드리겠다”고 특활비 삭감 예산안 통과를 공언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특활비 전액 삭감은 다소 과한 것이 아닌가”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다만 “상임위 심사는 예비심사이고, 본심사인 예결위 심사가 (남아)있다”며 “대통령비서실이 적극적인 소명과 자료 제출을 한다면 꼭 필요한 예산은 어찌 삭감하겠느냐”고 여지를 뒀다.

민주당이 대대적인 특활비 삭감에 나선 건 처음이 아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전날 경찰 특활비 31억6700만원을 모두 지웠다. 앞서 법제사법위원회도 지난 8일 검찰 특활비 80억900만원과 검찰청 특경비 506억9100만원 전체를 삭감했다. 두 곳 상임위 위원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