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비이재명)계 잠재적 대권 주자로 평가받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화폐 관련 일정에 동행했다. 김 지사는 이 대표와 정책 측면에서 각을 세우며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최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를 전후해 부쩍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와 김 지사는 21일 경기도 수원 영동시장에서 열린 전통시장·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김 지사 참석은 전날 오후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간담회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부터 화합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근 못골시장 입구에 도착한 이 대표는 먼저 와 기다리던 김 지사와 악수한 뒤 등을 감싸안은 채 인파를 헤쳤다. 담소를 나누며 차례로 점포를 돌아봤고 나란히 서서 호떡을 먹기도 했다.
간담회장에서도 덕담 인사가 오갔다.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가 먼저 “바쁘실 텐데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운을 떼자 김 지사가 “감사드리고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김 지사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함께 ‘신(新) 3김’으로 불린다. 김 지사는 그동안 이 대표의 대표적 정책에 대한 이견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도 했다. 22대 국회 민주당 1호 당론인 민생회복지원금법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한 반면 김 지사는 “상위 20~30%를 제외한 중산층과 서민에게 더 두텁게 지급하자”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달 초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전격 동의하자 김 지사는 정책 일관성과 당의 신뢰가 훼손됐다며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또 지난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에 위촉하는 등 ‘친노’(친노무현)계와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도 대거 영입했다. 지난 2일엔 정책 간담회 차 독일 베를린을 찾았다가 김경수 전 지사와 회동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 대표 1심 선고를 계기로 오히려 연대·화합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는 선고 당일 “대한민국에 법의 상식과 공정이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지난 18일엔 민주당의 대선 ‘플랜B’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그런 거 논의할 때는 아니다. 야당 대표에 대해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지사의 이런 행보를 두고 “지금은 당원들의 격앙된 정서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위기에 처한 정치적 라이벌을 감싸며 지도자 면모를 부각하려 한다는 시선도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역화폐 예산 삭감, 긴축 재정 등을 거론하며 정부 정책에 날을 세웠다. 그는 “주인은 주인 역할을, 머슴은 머슴 역할을 잘해야 하는데, 그 역할에서 벗어나면 제자리를 찾게 만드는 게 바로 각자의 역할”이라며 “(정부가) 말을 안 들으면 혼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송경모 기자, 이동환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