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설 롯데 “즉시 활용 가능한 예금 15조4000억”

입력 2024-11-22 01:51
게티이미지뱅크

롯데가 위기설로 위기를 확인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유동성 문제로 공중분해 위기라는 소문이 돌면서 전 계열사 주가가 휘청였다. 롯데지주는 2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예금 15조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월 기준 그룹의 총 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고도 했다. 주가 하락은 어느 정도 진정됐다.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선 실적 부진이 길어지며 체질 전반이 허약해진 롯데의 단면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는 이날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발생한 상황”이라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자산 효율화 작업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롯데가 공개한 즉시 활용 가능한 예금 15조4000억원은 롯데케미칼 4조, 롯데쇼핑 2조5000억원, 롯데지주 1조9000억원, 롯데캐피탈 1조9000억원, 호텔롯데 1조5000억원, 롯데건설 9000억원, 기타 롯데물산 외 2조7000억원 가량이었다.


시작은 증권가 지라시였다. 지난 18일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대우처럼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온라인에 급속히 퍼졌다. 그러면서 롯데케미칼(-10.22%)과 롯데쇼핑(-6.6%), 롯데지주(-6.59%) 등 주요 상장사의 주가가 급락했다. 롯데지주는 장중 8.86% 내려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롯데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은 자금원이었던 롯데케미칼의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급속도로 나빠진 데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5년~2019년 매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3분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은 4136억원에 달한다. 올해 누적 영업적자는 6600억원이다. 중국발 공급과잉 영향이 컸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 인수, 롯데건설 대규모 자금 지원 등으로 불어난 차입금에 따른 이자 부담도 늘었다. 최근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전체 총 차입금은 30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업계는 롯데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부채비율이 75.4%이고 보유 현금이 적지 않다.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하반기 미국 모노에틸렌글리콜(MEG) 설비 40%를 매각해 7000억원을 확보했고,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를 활용해 7000억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라고 관측했다.

유동성 위기가 거론될 상황은 아니지만 그룹이 재무 위험성을 관리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헛소문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롯데그룹이 시장에 약체로 비쳐진다는 현실이 확인됐다”면서 “재무 위험을 관리하고 조직을 쇄신해 경영 지표를 개선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도 지난 7월 사장단 회의에서 하반기 경영방침 네 가지 중 하나로 재무 건전성 강화를 지시했다. 이달 말과 다음 달 초 사이 예상되는 정기 임원 인사도 ‘쇄신’이 기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진 계열사 대표 교체,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 승진 여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