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쓰러진 후 의식을 되찾지 못한 50대가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고(故) 이선자(56·여)씨는 지난달 10일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폐와 간, 신장을 기증했다.
이씨는 지난 9월 20일 자택에서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쓰러졌다. 이후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씨가 장기기증을 하게 된 데는 생전 고인의 뜻을 이뤄주고자 하는 가족들 결심이 있었다. 이씨는 평소 가족에게 장기기증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며 “만약 내가 뇌사 상태에 빠진다면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의 가족은 “장기기증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건강히 잘 지내길 바란다”며 “좋은 일을 하고 간 고인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부동산업을 했던 이씨는 밝고 활발한 성격이었다. 늘 웃으며 사람들을 대했으며 꽃과 작물을 기르는 걸 좋아했다. 밭에서 나온 농작물을 이웃과 친인척에게 나눠주곤 했다.
이씨의 아들 김민규씨는 “평생 가족을 위해 고생하고 떠나시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엄마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해외여행을 이제야 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급하게 가시면 어떡하냐”며 “집에 자주 가서 엄마 얼굴 좀 볼걸. 꿈에 자주 나와줘요”라고 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기증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