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김정은 방문 우라늄농축시설은 미신고 강선 단지”

입력 2024-11-22 00:18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지난 9월 공개한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이 평양 인근 미신고 핵시설인 강선 단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 모두발언을 통해 “IAEA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감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지난 9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HEU 제조시설을 방문한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시설이 어디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는데, 잘 알려진 영변 핵시설은 아닐 것으로 관측됐었다. 국가정보원은 9월 말 해당 시설에 대해 “강선 단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강선 단지는 미국 정보 당국이 오래전부터 비밀 핵시설로 지목해온 북한의 대표적인 미신고 핵시설이다.

그로시 총장은 김 위원장 방문 당시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거론하며 사진 속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연속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 다수를 연결한 설비)와 기반시설은 강선 단지 내 본관 및 새로 건설된 별관 구조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속 건물에 원심분리기를 설치하는 사진은 핵무기를 추가 생산하기 위해 원심분리기 수를 더 늘리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일치한다”며 “강선 단지를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 내린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시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영변 핵시설 내 경수로 시운전 및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의 가동 징후가 있으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 핵실험 준비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영변 핵시설 내 5㎿ 원자로가 8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 가동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IAEA 전문가들은 원자로에 연료를 재공급하고 새로운 가동 주기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로시 총장은 “미신고 농축시설 공개 등 북한의 핵개발 지속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즉시 준수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