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지난 9월 공개한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이 평양 인근 미신고 핵시설인 강선 단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 모두발언을 통해 “IAEA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감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지난 9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HEU 제조시설을 방문한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시설이 어디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는데, 잘 알려진 영변 핵시설은 아닐 것으로 관측됐었다. 국가정보원은 9월 말 해당 시설에 대해 “강선 단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강선 단지는 미국 정보 당국이 오래전부터 비밀 핵시설로 지목해온 북한의 대표적인 미신고 핵시설이다.
그로시 총장은 김 위원장 방문 당시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거론하며 사진 속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연속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 다수를 연결한 설비)와 기반시설은 강선 단지 내 본관 및 새로 건설된 별관 구조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속 건물에 원심분리기를 설치하는 사진은 핵무기를 추가 생산하기 위해 원심분리기 수를 더 늘리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일치한다”며 “강선 단지를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 내린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시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영변 핵시설 내 경수로 시운전 및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의 가동 징후가 있으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 핵실험 준비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영변 핵시설 내 5㎿ 원자로가 8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 가동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IAEA 전문가들은 원자로에 연료를 재공급하고 새로운 가동 주기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로시 총장은 “미신고 농축시설 공개 등 북한의 핵개발 지속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즉시 준수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