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 대중국 강경책의 최대 변수는 ‘친중’ 머스크

입력 2024-11-22 01: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대중국 초강경파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면서 중국 견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로 취임한 뒤에는 온건하고 실용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측근인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중국과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참모들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중국과의 대결에 관심이 많은 보좌진 팀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 등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고문들도 있다”며 “트럼프가 무역에 대해 좀 더 온건한 접근을 고려할 수 있다는 징후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선 뒤 인선에서도 차기 국무장관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등 대중국 강경파를 지명했다. 이들은 군사 분야뿐 아니라 무역, 기술, 인권, 대만 보호 등 안보와 경제 문제 전반에서 중국 견제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왈츠는 지난해 한 행사에서 중국을 ‘중국공산당’이라 부르며 미국과 중국이 ‘냉전’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또 다른 측근으로 대중국 관세 전략을 설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중국과의 관계를 과감히 단절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에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측근 중 사업가 출신 인사들은 중국 견제에 동의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보인다. 특히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머스크는 전기차 사업으로 중국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테슬라 전체 매출액 가운데 중국 내 매출이 22.5%를 차지한다. 머스크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반대해 왔다.

포린폴리시는 지난 18일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머스크의 사업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머스크가 중국과 새로운 무역전쟁을 벌이려는 트럼프의 계획을 철회시킬지에 대해서도 추측하고 있다”며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정책과 관련해 가장 큰 와일드카드(예측할 수 없는 요인)”라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스스로 자신을 ‘친중(pro china)’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1971년 미·중 관계를 정상화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하워드 러트닉도 보편 관세보다는 ‘표적 관세’를 선호하며 중국과도 ‘거래’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일각에선 머스크의 친중 행보가 결국 트럼프와의 결별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스위크는 “머스크가 중국에 대한 강경한 경제정책에 반대하기 때문에 트럼프와 결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