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붕어빵 사무관도 필요하다

입력 2024-11-22 00:37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 1개를 1000원에 파는 노점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겨울 3개 1000원 하던 붕어빵이 2개로 줄었을 때도 씁쓸했는데, 1개 1000원은 새삼 당혹감을 안겨준다. 꾹꾹 눌러 담지도 않은 식당 공깃밥 가격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수직상승했던 것과 맞먹는 충격이다.

다행히 집 근처 초등학교 앞 노점에는 아직 붕어빵이 2개 1000원. 크기도 줄지 않았고, 단팥 앙금도 제법 들어 있어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 식욕을 돋운다. 사장님에게 1000원짜리 붕어빵 얘길 했더니 “단팥을 더 넣는 것도 아니고 치즈 조금 추가해서 1000원 받더라”며 “초등학교 앞에서 그렇게 팔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해서 더 믿음이 갔다.

붕어빵 가격이 이 정도로 오른 이유야 갖다붙이기 나름이다. 반죽에 필요한 밀가루 가격이 올랐고, 팥 도매가격도 수입산은 전년 대비 10% 정도, 국내산은 48%가 올랐다고 한다. 노점상들은 식용유 가격도 올랐고, LPG 가격도 부담스럽다고 이유를 대기도 한다. 장사가 어려워서 붕어빵 가게가 예전만큼 안 보인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1년 새 3개 1000원에서 2개 1000원이 일반적인 가격이 됐다. 조금 더 비싸게 받는 곳은 3개 2000원으로, 재료 약간 다르게 해서 비싼 곳은 1개 1000원으로 상승한 것은 붕어빵 인기를 믿고 점프한 이유가 클 것이다. 다른 물가도 미친 듯이 오르니 붕어빵이라고 안전할 리 없지만 그래도 1000원 시대는 적응하기 좀 어렵긴 하다.

정부는 지난해 먹거리 물가를 단속하겠다며 신선 농축산물 이외에 가공식품에도 전담관리제 대상을 확대하고 사무관급 관리자를 늘렸다. 빵과 우유, 과자 외에도 밀가루와 식용유 등 품목이 포함됐는데 전담 관리가 체감되지는 않는다. 전체 물가지표가 좀 수그러들자 정부는 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관계부처들이 윤석열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발표한 정책성과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안정화됐고, 할인행사를 통해서 장바구니 물가를 잡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채소나 과일 물가를 잡더라도 외식 물가나 길거리 간식 물가는 전혀 안정화되지 않는다. 만원짜리 들고 한 끼 식사하기 어렵고, 김밥 한 줄을 6000원에 파는 시절이 됐다. 기왕 특별체계까지 꾸려 물가 관리를 할 거면 추억의 간식 물가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유독 빵 가격이 비싼 우리나라에서 지하철 1000원 빵이 유행처럼 번진 건 우연이 아니다. 물론 먹어보니 딱 1000원 맛이라는 혹평도 있는데 붕어빵 1000원 소식을 들으니 이제 정말 마음 편히 먹을 만한 게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일단 비싸진 음식 물가는 재료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절대 내려가는 법이 없다. 소비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이고, 규제 당국이 더 신경써야 할 포인트다. 기준선이 높아진 이상 앞으로 붕어빵도 여러 변신을 시도하면서 가격이 조금씩 올라갈 텐데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 어딘지를 찾는 것뿐 아니라 값싸고 맛있는 전통의 맛을 유지하는 가게들 찾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마침 오후 들어 출출해진 타이밍에 종이봉투를 열어보니 팀원들이 사온 노르스름한 붕어빵이 가득이다.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움츠렸다가 붕어빵을 먹어보니 추억 돋는 맛에 올겨울에도 일단 많이 먹어둬야겠다 싶다. 제발 붕어빵이 비싼 빵 가격 따라가지 말고 든든한 추억의 국민 간식으로 남아 있길 바라면서.

백상진 뉴미디어팀장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