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고 법안을 발의하는 모습은 이재명 대표만을 위해 브레이크 없이 마구 달리는 기관차를 보는 듯하다. 그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예산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가 편성한 경찰 특별활동비 31억6700만원을 전액 삭감해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군 골프장 출입을 촬영하려던 기자가 경찰에 입건된 사건을 언급하며 “경찰 수사의 편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며 삭감 이유를 밝혔다. 이 주장은 그러나 민주당이 21일 운영위에서 82억여원 전액을 삭감한 대통령실 특활비를 비롯 검찰, 감사원 특활비까지 ‘권력기관 예산’이라며 삭감을 벼르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공직선거법 1심 징역선고를 받고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관련해 검찰에 기소를 당한 이 대표 개인을 위한 분풀이식 삭감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국민 세금을 적재적소에 배분해 원활한 국정운영을 도와야 할 책무를 망각하고 정권 불만 표출용으로 예산심사권을 휘두르는 건 직무유기다.
민주당은 경찰 특활비를 삭감하면서도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정부의 0원 편성안을 무시하고 2조원 증액했다. 이는 17개 상임위별 예산 중 단일 항목으론 가장 큰 증액으로 정략적 예산의 대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그간 부정 사용과 중복 지원 등으로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도 예산을 대폭 증액한 것은 혈세를 특정인만의 입지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철회해야 마땅하다.
이 대표를 위한 민주당 행보는 예산안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선고 하루 전인 14일과 15일 허위사실공표죄를 삭제하고 당선무효형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허위사실 공표는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판단을 왜곡하고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중범죄인데, 이를 삭제하겠다는 발상은 선거의 근본 원칙은 안중에도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당선무효 및 피선거권 박탈 기준을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려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보면, 민주당이 이 대표의 징역 1년 선고 가능성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얼마나 급하게 입법권을 휘둘러 사법 리스크를 해결하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예산편성 및 입법 독주는 다수당의 힘을 남용한 1당 독재로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정쟁과 감정에 치우친 정치가 아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정치로 돌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