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입력 2024-11-22 00:35

가장 바라는 길을 선택하고
매 순간 나에게 솔직하며
나만의 리듬을 지키는 사람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 롤모델이 있는지를 많이 물어봤다. 회사에서 빨리 승진해서 글로벌 본사로 가신 분, 우리 부서의 일 잘하는 부장님, 누구보다 유행하는 색조를 잘 골라내는 옆 팀의 마케팅 매니저 등 멋진 리더들은 참 많았다. 내가 그 나이가 들었을 때 그렇게 살고 싶냐는 질문을 해보면 고개를 젓게 되었다. 회사에서 기회도 많이 주고 승진도 빠르게 한 친구도 같은 얘기를 했다. 위의 상사나 대표님을 보면 경력도 좋고 돈도 많이 벌지만, 내 인생의 목표가 그분들과 같거나 그분들이 나의 롤모델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기에 어떤 사람이 내 인생의 롤모델일까는 마음속에 항상 있었다. 최근 운 좋게도 두 명의 멋진 어른을 만났다. 첫 번째는 코칭 교육에서 나를 가르친, 코칭 선생님 미셸이다. 그녀는 프랑스 사람인데, 호텔 쪽에서 오래 일하다가 남편이 갑자기 떠나면서 사업체를 맡게 되었다. 석유화학은 하나도 몰랐지만, 사업을 이대로 망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3년만 열심히 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갑자기 CEO가 되었다. 3년 후에 회사를 수백만 달러에 팔고, 지금은 두바이에서 리더들을 코치하며 전 세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 점심은 먹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항상 긍정적으로 산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그녀는 자신감 있고 멋진 어른이다.

최근에 세계적 기업의 지사장까지 지내고 지금은 세일즈 코치이자 유튜버로의 인생 2막을 사는 우미영 작가를 만났다. 똑 부러지는 인상이지만 인자하고 여유로운 눈빛을 가진, 활기차고 명랑한 이분을 나의 두 번째 롤모델로 삼기로 했다.

이 멋진 언니들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가장 잘나갈 때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과감하게 자신의 인생 2막을 시작했다. 회사 생활은 영원할 것 같지만 누구에게나 자의 반 타의 반 회사를 그만두고 나올 때가 분명 온다. 누군가에게는 빠르게, 누군가에게는 느리게.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때는 반드시 온다. 미셸 코치와 우미영 코치 모두 기업의 CEO를 하시다가 세일즈 코치라는 보람 있는 일을 하겠다고 인생의 방향을 전환했다.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어려운 선택의 시기에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을 했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선택보다는 나를 위한 제일 나은 선택을 한 것이다.

둘째,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고 자신과의 약속을 최우선에 둔다. 우미영 작가는 대표직을 내려오면서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기로 했다고 한다. 미셸 코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침마다 명상을 통해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하루를 만들어 나가기로 하고 수십 년째 그 결심을 지키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나는 매혹을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늙어간다. 열정과 체력이 받쳐주지 않을 때가 온다. 그때 무작정 이전처럼 달려가다가 어느 날 불태우고 홀연히 쓰러질 것인가 아니면 세월과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나를 인정하고 나에게 천천히 나답게 갈 시간을 주는가가 내가 멋진 언니가 될 기회를 준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멋진 언니들을 보면서 나도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다. 어른의 사전적 정의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나는 이미 어른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자기답게 나이가 든 사람, 닮고 싶은 사람, 말을 걸고 싶은 사람, 내가 고민되는 일이 생길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고, 20살이 넘었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 인생에 책임을 지고 내가 나답게 사는 것, 매 순간 나에게 솔직한 것,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 이게 앞으로 원하는 ‘어른’이 되기 위한 나의 버킷리스트다.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