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기 스타인 킴 카다시안이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카다시안은 짧은 영상에 이런 문구를 적었다. “내 새로운 친구를 만나보세요.” 카다시안과 함께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내며 포즈를 취한 그의 새 친구는, 미국 기업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자동차 회사가 로봇을 만든다고?” 싶지만, 미래 모빌리티산업에서 ‘고도로 움직이는 로봇’은 자동차 기업의 미래 먹거리 투자 영역으로 여겨진다. 테슬라의 주식 등락에 옵티머스에 대한 시장 반응과 전문가 분석이 영향을 미칠 정도다.
최근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로봇은 옵티머스뿐 아니다. 47대 미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최근 ‘반려견 아님’(Do Not Pet)이라는 문구가 적힌 4족 보행 로봇 개 ‘스팟’이 포착됐다. 몸에 첨단 센서를 장착한 스팟은 경호팀과 함께 리조트를 순찰하고 있었다. 미 비밀경호국(SS)은 스팟이 SS 소속이라고 밝혔다.
스팟도 자동차 회사가 만든 로봇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했다. 시속 5.76㎞ 달릴 수 있는 스팟은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하는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 업무, 시야가 제한되는 야간작업을 수행하기에 좋다. 스팟은 지난 7월 미 워싱턴DC에서 나토 정상회의에서 정찰업무를 맡기도 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작업장 관리, 위험지역 순찰, 시설물 점검 등에 쓰인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봇과 AI를 핵심 미래 성장 분야로 선정, 로보틱스팀을 만들었다. 이후 연구·개발(R&D)본부 로보틱스랩으로 키웠다. 2021년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팟 외에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만들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재를 들여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를 인수할 만큼 로봇에 진심이다.
아틀라스는 2013년 처음 공개돼 시장을 이끄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1세대 아틀라스는 지난 4월 은퇴했고, 곧 선보인 2세대 아틀라스는 인간 움직임에 한층 더 가까워진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지난 8월 팔굽혀 펴기를 안정적으로 해내는 영상이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아틀라스는 엔진 커버 부품을 정확히 집어내 매니퓰레이터(로봇 손)의 모양을 바꿔 부품을 꺼내는 모습도 최근 선보였다. 비좁은 공간에서 꺼낸 부품을 반대편의 보관함에 옮겨 꽂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인간에게는 사소한 운반 작업이지만 로봇 공학 영역에서는 매우 정교한 기술력을 요하는 고난도 업무다. 로봇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했다.
BMW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차량 생산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BMW의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시험 작업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 영상을 공개했다. 오픈AI가 투자한 미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가 만든 휴머노이드다. 피규어는 사람과 비슷하게 양손 협응력을 발휘해 밀리미터(㎜) 크기의 부품을 다루는 것도 가능하다. 하루 1000건의 차량 생산 작업을 처리할 수 있고, 3개월 만에 작업 속도가 4배 증가했다.
자동차기업이 로봇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이처럼 제조 공정에 투입하려는 이유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고, AI 탑재로 디지털 작업도 가능하다. 자동화 과정을 정교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불편한 동작이나 피로감 높은 작업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용 로봇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0월 북미 자동차생산라인에 의자형 착용로봇(CEX), 조끼형 착용로봇(VEX)를 투입했다. 같은 동작을 반복 수행하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한다.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과 재활 등 의료용으로도 활용된다.
카다시안의 영상을 보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친밀감도 느껴진다. 옵티머스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달리기도 가능하고, 춤도 춘다. 이쯤하면 휴머노이드와 인간의 공존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4억3000달러(약 3조4027억 원)이었다. 2032년에는 660억 달러(한화 약 92조46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 평범한 이들의 일상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늘상 함께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먼 미래는 아닐 것으로 기대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여러분은 자신만의 로봇을 가질 수 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자동차보다는 적은 금액인 2만∼3만달러(약 2700만~4200만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