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
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런 말을 하며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행 선거법은 지나치게 규제가 많아 정치 활동의 범위를 제약한다는 취지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 징역형 선고 이후 공개된 메시지여서 여러 해석을 낳았지만 민주당은 미리 작성한 원고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운동의 자유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 “현행 선거법은 금권선거,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포를 막고 선거운동이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지만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기도 한다”며 “지나친 규제와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법 적용은 정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는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에 대해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명성을 강화하고 불법은 막는 방향으로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과 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신정섭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는 “현재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원칙이고 선거운동의 자유는 예외적”이라며 “예외적으로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 유죄 선고를 받은 이 대표가 ‘화자’로 나선 점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도 일었다. 국민의힘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약물복용으로 적발된 운동선수가 ‘도핑테스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법원 겁박도 실패로 돌아갈 것 같으니 아예 ‘나를 처벌하려는 법을 없애겠다’는 전대미문의 일을 꿈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은 지 불과 6일 만에 내놓은 메시지가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며 “법치 파괴를 넘어 법치 재창조 수준의 뇌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은 “축사를 보낸 것은 1심 판결이 내려지기 전인 14일”이라며 “이를 마치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처럼 선동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 대표는 전날 검찰이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로 자신을 기소한 것을 두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사례를 거론하며 비판했다.
이 대표는 “증거는 없지만 기소를 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며 “‘증거가 없는 건 은닉했기 때문’이라며 룰라를 기소했던 브라질 검찰 입장과 똑같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퇴임 후 부패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21년 연방대법원에서 실형 선고 무효 결정을 받아냈고, 2022년 대선에 재출마해 당선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