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내수 한파… 40대 일자리 수, 50대에 첫 역전당해

입력 2024-11-21 00:21
구직자들이 20일 ‘2024 부산 ICT(정보통신기술)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채용 공고를 보고 있다. 해당 박람회는 부산·수도권 소재 기업 80여곳이 참가한 행사로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등이 마련했다.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20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은 주된 이유인 ‘내수 부진’은 고용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허리급 세대’인 청년 및 40대의 2분기 일자리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으로 줄었다.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건설업, 도소매 서비스업 등 내수 관련 업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4년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임금 일자리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만4000개 늘어난 2083만9000개로 집계됐다.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50대가 23.1%로 가장 높았고 40대(22.7%) 30대(21.3%) 60대 이상(18.2%) 20대 이하(14.7%) 순이었다. 50대 일자리 비중이 40대를 앞지른 것은 2017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20, 40대의 일자리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대 이하 일자리는 2분기 305만90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만4000개 줄었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감소 폭으로, 7개 분기 연속 하락세다. 40대 일자리도 지난해보다 5만6000개 줄어든 474만개로 역시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30대 일자리는 1년 전보다 5만9000개 늘었다.


반면 고령화 여파 등으로 고령층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분기 50대와 60대 일자리는 1년 전보다 각각 12만4000개, 26만1000개 늘었다. 60대가 주로 종사하는 보건 및 사회복지 분야 일자리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만개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화가 계속되면서 50대 인구가 늘고 있는 점이 (일자리 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리급 인력’ 고용 악화는 내수 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도매 및 소매업 일자리는 1년 전보다 5000개 늘어난 1만5000개였으나 증가 폭이 둔화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악화 여파로 부동산업과 건설업 일자리가 각각 8000개, 3만1000개 줄었다. 부동산업은 5개 분기, 건설업은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다만 일자리 비중이 가장 큰 제조업 일자리는 2만8000개 늘었다.

IMF는 한국의 내수 부진에 대해 “가계 구매력이 저하됐던 부분과 함께 공공부문에서 부채가 부담됐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권고했다. 라훌 아난드 한국미션단장은 한국은행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10월 금리 인하) 효과가 내수를 회복하고 전반적 경제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한 부분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IMF는 특히 한국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과제로 고령화 대응책도 주문했다. 아난드 단장은 “고령화에 대응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무역 패턴 및 혁신기술 변화, 기후 취약성 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을 꾸리고 육아하는 비용을 줄이도록 교육비나 주거비, 여성 출산으로 인한 기회비용 등에 잘 대응해야 한다”며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소득 기반을 확대하는 방법, 그로 인해 가정을 꾸리고 육아를 할 소득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