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 산업에 돈 쏟아붓는 해외… 韓은 펀드마저 삭감 위기

입력 2024-11-21 02:11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 기업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꼽힌다.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도 민간 우주 기업 육성에 지원금을 쏟아붓는 등 우주 산업의 무게추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기울었다. 한국 정부도 민간 우주 개발을 위해 펀드 조성에 나섰지만 규모도 적은 데다가 내년 출자 금액은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9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 발사를 참관했다. 스페이스X는 미 정부의 투자로 성장한 대표적 우주 기업이다. 2022년 기준 미국 우주 개발 예산은 620억 달러(약 86조원)로, 이 중 40%인 250억 달러(약 34조원)가 민간 부문 우주 개발에 쓰였다. 미국의 우주 개발 예산은 전 세계 정부의 관련 예산의 약 60%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다.

한국 정부도 민간 우주 개발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있지만, 매년 100억원 규모에 불과한 데다가 내년 기금 출자는 30% 삭감돼 편성됐다. 우주항공청은 지난해부터 민간우주개발(뉴스페이스) 투자 지원 사업을 통해 정부 기금 50억원, 민간 50억원을 합쳐 매년 100억원씩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 5년 동안 500억원 규모로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내년 기금 예산은 35억원으로 삭감됐다. 다만 20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내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관련 예산은 65억원 증액돼 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추후 국회 예산결산심의위원회에서 증액안이 논의된 뒤 최종 규모가 확정될 전망이다.

곽신웅 국민대 교수는 ‘우주항공산업 발전 방안’ 보고서에서 “우리 정부의 우주 개발은 한정된 예산과 미약한 벤처 캐피탈을 바탕으로 민간의 소규모 자력 투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우주 연구 개발을 정부 산하의 국책연구소가 주도하던 것을 민간기업이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우주 개발을 위해 정부 기금 등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주요 국가들은 민간 우주 개발을 키우기 위해 이미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0년간 1조엔(약 9조원) 규모의 우주전략기금을 만들어 민간 기업과 대학에 기술 개발을 지원키로 했다. 유럽우주국(ESA)도 독일과 프랑스 우주 기업에 각각 2500만 유로(약 370억원)를 투입해 상업용 우주선 개발을 지원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스페이스X, 보잉사 등에 상업용 궤도 운송 사업권을 부여하는 등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