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분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의 작성 주체를 놓고 진영 간 대치 전선이 날로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야권의 대여 공세가 강화되고 있고, 여당 안팎에선 변화와 쇄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때에 소모적인 집안싸움만 지속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홍의 중심에는 한동훈(사진) 대표가 있다. 가족 명의의 비방글이 무더기로 게재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그는 침묵하는 중이다. 공세 주도권을 쥔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대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당무감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는 경찰 수사 결과를 조용히 기다리자는 기류다. 친윤계 공세에 대해서는 “윤·한 갈등에 기생하려는 사람들”(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이라는 날 선 반응도 감지된다.
한 친윤계 중진의원은 20일 통화에서 “이렇게까지 논란을 키울 일인지 의문”이라며 “당사자인 한 대표가 직접 해명을 하든 당무감사를 하든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은 “한 대표 가족이 본인들이 쓴 댓글인지 아닌지 밝히면 될 일”이라고 했고, 권성동 의원도 “한 대표가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친한계가 ‘시간 끌기’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KBS라디오에서 “결국 시간을 끌고 뭉개겠다는 뜻”이라고 공세를 폈다. 그는 전날 친한계 조경태 의원이 “가족이 했다 해도 법률적인 문제가 되느냐”고 말한 데 대해선 “사실상 자백”이라고 날을 세웠다.
친한계는 위법 논란을 피하려면 현재로서 경찰 수사가 유일한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표 가족이 실제 작성자인지 확인하려면 당원명부 확인이 필요한 만큼 강제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당법상 당원명부 조사는 법원 영장 등 절차 외에는 금지된 점을 근거로 든다.
친윤계가 이번 일을 ‘한동훈 흔들기’ 기회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당원 게시판에는 윤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한 대표를 대상으로 한 비방글도 많은데, 대통령 부부 관련 비방글만 당무감사를 한다는 논리는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친한계 내부에서는 한 대표의 침묵에 대해 엄중한 현실을 감안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국내 민생 경제 악화, 야권의 탄핵 공세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이런 문제로 분열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집안싸움을 할 때가 아니지 않으냐”며 “친윤계의 공세에 맞대응하면서 굳이 논란을 키워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지도부 인사는 “한 대표가 대응을 하면 그것을 고리로 또 공세가 뒤따르지 않겠느냐”며 “결국 수사 결과로 모든 게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정현수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