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면 불안하다고 느낀다는데 저는 ‘지금 내가 안전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편이에요.”
경찰 수사를 다룬 드라마 ‘시그널’의 각본을 쓴 김은희 작가가 2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았다. 영등포서는 이날 ‘경찰을 그린 작가, 경찰이 사랑한 작가’라는 주제로 김 작가를 초청해 경찰관들과 대화를 나누는 행사를 진행했다.
김 작가는 “경찰은 급한 일이 생기면 언제나 달려와 준다. 그 노고를 항상 응원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여년 전 ‘시그널’을 준비하며 서울경찰청에 자문을 요청한 계기로 강상문 영등포서장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했다.
김 작가는 “시그널 준비를 할 때 프로파일러 업무에 대한 조사가 필요했다. 경찰에 부탁했더니 당시 서울청 광역수사대 계장이었던 강 서장을 소개했다”며 “그 이후 죽거나 죽이는 사람이 대부분인 제 작품에 서장님 이름도 빌려다 쓰며 인연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극중 과거와 현재의 경찰을 이어주는 소재로 무전기를 쓰게 된 데 대해 “어릴 적부터 경찰이 가지고 다니는 무전기가 멋있어 보였다. 또 경찰만의 상징 같다는 일종의 로망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내년 방영을 목표로 현재 ‘시그널2’를 집필 중이다.
‘시그널’에서 다룬 사건을 실제 수사한 경찰도 행사에 참여했다. 드라마에 나왔던 홍원동 연쇄 살인 사건은 2005년 벌어진 ‘신정동 살인 사건’을 참고해 각색한 것이다. 이 사건은 2006년 발생한 ‘영등포 노들길 살인사건’과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두 사건 모두 미제 상태다.
이치수 영등포서 형사2과 강력계장은 “과거 서울경찰청과 영등포서에 근무할 당시 두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며 “시그널의 결말처럼 현실에서도 꼭 범인이 검거돼 피해자와 제 한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킹덤’ 등으로 이름을 알린 김 작가는 차기작과 관련해 “교통사고전담반이나 사이버수사대 업무에 관심이 많다”며 “다만 점점 수사 분야가 전문화 및 세분화하는 것 같아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