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자 절반이 여성인 시대지만, 우리나라 통신업계는 아직도 ‘남성천하’다. 여성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매년 나오지만, 임원진 성비는 제자리걸음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임원 10명 중 9명은 남성이었다. SK텔레콤은 임원 122명(등기·미등기 포함) 가운데 여성이 12명뿐으로, 비율로 따지면 9.8%에 불과했다. KT는 96명 중 12명(12.5%), LG유플러스는 75명 중 10명(13.3%)만 여성이었다.
이런 수치는 다양성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두며 여성 인재를 등용하는 해외 주요 통신사와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대형 통신사 버라이즌의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은 33.3%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은 KT처럼 모태가 공기업이었음에도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이 37.5%에 달한다. 영국 보다폰은 아예 이사회 과반(54%)이 여성이다. 이 수치는 회계법인 그랜드손튼이 추정한 전 세계 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32.4%)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게 ‘글로벌 스탠더드’다. 반면 국내 통신사들은 이 기관이 처음 글로벌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을 추적하기 시작한 20년 전(2004년·19.4%)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이 같은 임원 성비가 과거 유선사업 위주로 사업이 이뤄지던 시절의 잔재라며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해외 통신사들은 똑같은 상황에서도 반전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인사(人事)는 각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섣불리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전 세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핵심 평가 지표로 ‘다양성’을 내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해외 기업들은 이미 성별을 넘어 인종·성적지향 같은 요소까지 공시해가며 인적 자원 풀을 구성한다. 통신사업을 넘어 인공지능(AI) 산업의 리더로 자리잡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국내 통신 3사가 전문성 중심으로 성별과 관계없이 공정한 인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지훈 산업1부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