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몰린 투자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픈AI 경쟁사와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벤처캐피털(VC) 아토미코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9월 30일 기준 유럽 AI 스타트업들의 투자 모금액이 107억 달러(약 14조8890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52% 증가한 수치다. 챗GPT를 만든 오픈AI 대항마인 프랑스의 스타트업 미스트랄과 영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웨이브테크놀로지가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모금액이 커졌다.
미스트랄은 지난해 12월 3억8500만 유로(약 5673억원)을 조달한 후 5개월여만에 6억 유로(약 884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웨이브테크놀로지는 지난해 5월 10억5000만 달러(약 1조4617억원)를 유치했다. 투자 라운드에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참여했다.
하지만 아토미코는 미국 스타트업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유럽은 현저히 적다고 평가했다. 아토미코는 “유럽 연기금이 유럽 VC에 투자하는 금액은 약 9조6000억 달러(약 1경3368조원)로 유럽 연금 자산의 0.007%에 불과하다”고 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타트업에 조달된 자금은 472억 달러(약 65조7260억원)로 유럽의 4배 이상이었다.
한국 스타트업 상황은 더 좋지 안다. 국내 VC는 AI 스타트업에 투자를 줄이고 있다. 3년 만에 투자 건수는 절반이 됐으며, 투자 금액도 줄어들고 있다. VC 분석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9월까지 집계 가능한 국내 AI 스타트업들의 투자금은 7182억원에 불과했다. 투자 건수는 149건이었다.
투자 업계에서는 올해도 1조원의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 AI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은 7908억원이며, 투자 건수는 231건이다. 올해 통계 기간과 지난해를 비교해보면 투자 건수는 82건이 하락했다. 2022년에는 292건의 투자를 받아 1조4030억원의 투자 금액을 기록했었다. 올해는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업계는 국내 AI 스타트업의 낮은 성과와 수익성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AI 기업들은 2018년 본격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당시 75.9%가 매출을 냈는데, 5년간 이 수치는 0.6%포인트밖에 상승하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를 약 95조원으로 추정했다. 국내 AI 스타트업 매출은 여기에 5.2%에 불과한 5조2000억원 수준이다. 스타트업을 발굴해 내는 ‘엔젤투자자’도 줄었다. 엔젤투자지원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문 개인 투자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명 줄어든 253명이었다. VC 관계자는 “투자시장에 고금리와 벤처 혹한기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그 여파가 AI에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