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마저 뒤집고 이번엔 ‘대인지뢰’ 승인… 임기 2개월 남은 바이든, 우크라 지원 올인

입력 2024-11-21 00:22 수정 2024-11-21 00:22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단행한 지난 1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관련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산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도록 허용한 데 이어 대인지뢰 공급도 승인했다. 퇴임을 2개월 앞두고 자신의 정책을 뒤집으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총력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미 정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조치지만 군비 제한을 요구하는 단체들의 비판을 부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는 ‘오타와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다. 1997년 체결된 이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현재 164개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6월 한반도 외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임기 막판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스스로 정책을 파기하는 강수를 뒀다.

WP는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며 “대인지뢰 공급은 레임덕에 빠진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단행한 긴급 조치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 ‘현재의 전선에서 교전 중단’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동부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키이우 주재 미국대사관은 20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정보를 사전 입수해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청사를 폐쇄했다.

러시아는 특히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비핵보유국의 공격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를 발표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호전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대인지뢰 지원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 정부 당국자는 WP에 “지뢰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일이나 수주 뒤 배터리 충전량이 소진되면 비활성화되도록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메리 웨어엄 부국장은 “지속성이 없는 지뢰도 민간인에게 위험하고 해체 작업이 복잡하며 완전하게 비활성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WP는 “미국의 대인지뢰 비축량은 2022년 기준으로 300만개”라며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단 한 차례를 제외하면 1991년 걸프전 이후 사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군병원을 찾아 부상병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지원이 끊기면 우리는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가진 모든 것을 사용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가 푸틴보다 강하다”고 답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