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도 본사 노조 가입률 50% 돌파… 목소리 커진다

입력 2024-11-20 18:45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도 본사 노동조합 가입률이 50%를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불모지로 불렸던 정보기술(IT) 업계의 양대 기업에서 노사관계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과반 노조 등장이 현실화한 것이다.

20일 IT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는 전날 노조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공동성명이 드디어 네이버 법인에서 과반 노조가 됐다”고 밝혔다. 2018년 4월 공동성명 설립 이후 네이버 본사 노조 가입률이 절반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사 노조 가입률은 수년째 40% 안팎을 횡보해왔다.

공동성명은 전날부터 이틀간 과반 노조 달성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본사뿐 아니라 네이버웹툰, 네이버제트, 스노우, 리코스튜디오 등 네이버 계열사 4곳의 노조 가입률이 50%를 넘은 것을 자축하는 취지다. 이로써 공동성명은 일찌감치 과반을 달성한 엔테크서비스(NTS)를 비롯해 6개 법인에서 과반 노조 지위를 앞두게 됐다.

공동성명은 수일 내로 사측에 공문을 보내 과반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조합원 수가 전체 직원 중 과반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려면 사측과 ‘모수’를 확정해야 한다.

최근 노조 가입이 이어진 건 네이버가 불경기 속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임금 협상과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네이버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2% 증가한 5253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근무제, 복지에 대한 불만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영향력은 과반 전후로 확연히 갈린다. 과반 노조가 되기 전까지는 노조와 독립된 근로자대표가 노동자를 대표해 사측과 임금 협상 등에 나서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과반 노조가 없는 일부 기업에선 사측이 근로자위원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어용화’ 논란이 일기도 한다. 그러나 과반 노조가 되면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위원을 지명할 독점적 권한이 생긴다. 사측의 일방적인 근로조건 변경 등에 제동을 걸 힘이 생기는 것이다.

공동성명은 내년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임기가 종료되는 법인부터 차례로 근로자대표로 들어갈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노조 가입률 50%를 넘긴 카카오 노조도 과반 노조 지위가 인정되면 노사협의체인 라운드테이블의 근로자위원 선출 권한을 갖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IT업계 내 노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며 “불경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고용 불안 등이 이어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