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에 자주포와 방사포까지 추가 지원한 것으로 국가정보원이 파악했다. 파병된 북한군은 러시아 공수여단과 해병대 등에 배속됐고, 일부는 이미 최전선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 당국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면담한 것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현지를 재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비공개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이 이같이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이) 군수물자를 추가로 지원·수출하는 동향이 파악됐다”며 “포탄과 미사일에 이어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다연장로켓포) 등 장사정포까지 추가 수출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4~8월에만 방사포 관련 현장을 네 차례나 찾으며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이런 군사부문 공개 행보가 장사정포의 러시아 수출을 염두에 둔 쇼케이스였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정원은 북한이 장사정포 수출과 함께 이를 관리하는 인력도 함께 파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의원은 “이들 무기는 러시아가 기존에 사용하지 않는 무기”라며 “운용 교육이라든지 정비를 위해 북한 병력도 함께 파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11군단(폭풍군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북한 병력 1만1000여명이 러시아 동북부에서 현지 적응을 마치고 지난달 하순 쿠르스크로 이동 배치됐다”며 “현재 러시아 공수여단이나 해병대에 배속돼 전술 및 드론 대응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대대적 전선 투입에 앞서 러시아군이 현지 전투 노하우를 전수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포로나 투항자, 사상자 여부에 대해선 상충하는 정보가 많아 정확히 파악하는 중”이라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지난 4일 최 외무상과 푸틴 대통령 면담이 김 위원장의 방러 포석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단순 의전 내용만이 아니고 상당히 긴밀한 내용에 대한 협의도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지 않으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러시아는 애초 최 외무상의 푸틴 대통령 접견에 난색을 보였으며, 최 외무상은 체류 일정까지 연장하며 면담 성사를 위해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당국은 전쟁 장기화로 사상자가 늘면 러시아가 북한에 추가 파병도 요청할 수 있고, 북한이 챙길 반대급부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정원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가 커지면 넘겨주지 말아야 할 기술, 넘겨주기 어려운 기술도 넘겨줄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에서 조기 종전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