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에 칩 심어 시력 회복… BCI 게임체인저 부상

입력 2024-11-21 02:07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스타트업 ‘사이언스’의 안경. 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사지마비 환자들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기술이 있다. 사람의 뇌에 칩을 직접 심어 뇌 신호를 읽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뇌파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로 불린다. 이 기술이 시력을 잃은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뉴럴링크의 전 사장 맥스 호닥이 설립한 BCI 스타트업 ‘사이언스’가 뇌임플란트 연구를 통해 노령화 황반변성 환자 대상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BCI 기술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환자보다 시력 회복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다.

사이언스는 임상 연구에 참여한 38명을 대상으로 두뇌에 칩을 삽입하는 대신, 망막 아래에 삽입하는 임플란트 기술을 적용했다. 기존 두뇌에 직접 심는 칩 방식보다 안전하고 수술 시간도 80분 정도로 짧았다.

실험 결과 38명 중 32명이 뚜렷한 시력 개선을 보였다. 환자들은 표준 시력 검사표에서 평균적으로 5줄 아래의 글자를 읽어냈으며, 어떤 환자는 무려 12줄 아래의 글자까지 식별해내기도 했다.

호닥은 “환자의 시력을 회복하는 것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첫 번째 킬러 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사이언스는 1억5000만 달러(약 2094억원)를 투자 유치 받았다.

BCI 분야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주목하고 있다. 머스크는 2016년 ‘뉴럴링크’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그는 “생각만으로 화면에서 마우스·키보드를 움직이게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뉴럴링크는 다이빙 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환자의 뇌에 칩을 심는 첫 번째 수술에 성공했다. 이 남성은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과 온라인 체스를 할 수 있다.

경쟁사인 ‘싱크론’은 BCI를 애플의 헤드셋 형태 혼합현실(MR) 기기 ‘비전 프로’에 연결했다. 거동이 불편한 64세의 루게릭병 환자가 움직이지 않고 비전 프로로 TV 시청과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해냈다. 싱크론은 뇌에 BCI를 삽입하는 것이 아닌 정맥에 전극을 이식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한명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