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핫’ 한 美 증시… 서학개미들 뜨거운 맛 볼라

입력 2024-11-20 19:03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증시의 과소·과대평가 지표로 활용되는 ‘버핏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02%를 기록했다. 닷컴 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아 미 증시가 과열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측에도 미 대선 이후 미 주식시장에 ‘서학개미’들이 몰리고 있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 정보 사이트 롱텀트렌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율을 측정하는 ‘Wilshire 5000 to GDP Ratio’ 지수는 19일(현지시간) 202.57%를 기록하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 시 즐겨 사용하는 계산 방식이어서 버핏 지수라고 불린다. 시가총액을 GDP로 나눠 현재의 증시 상태를 평가하는 것으로 통상 70~80% 수준이면 저평가된 증시로, 100% 이상이면 거품이 낀 증시로 해석한다.

데이터에 따르면 버핏 지수는 2000년 닷컴 버블 때 130% 넘게 치솟았고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5% 수준을 보였다. 이후 우상향하다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90%를 돌파했다. 팬데믹 이후 조정 국면에 따라 150% 아래로 떨어진 버핏 지수는 올해 들어 점진적으로 오르다 200%를 돌파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3월 버핏 지수가 190%를 넘어서자 투자 과열에 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닷컴 버블과 금융 위기를 예측해 유명해진 허스먼 인베스트먼트의 존 허스먼 회장은 CNN에 “현재 투자자들은 미국 금융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투기적 거품을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도 “금융시장이 최소한 거품의 기슭에 있다”고 경고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을 매도해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 보유액을 기록한 것도 거품 증시 우려를 키웠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명목 GDP 대비로 시가총액을 계산해보면 미국 증시가 약간 과열된 것은 맞다”며 “금리 추이나 물가 등 향후 경제지표를 고려했을 때 조정받을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도 “어느 특정 시점에서 급격한 조정이 올 것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 지표는 ‘언젠가는 (현재의 강세장이) 끝난다’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미 주식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선호는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11월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011억9137달러다. 지난 1월(646억9354달러) 대비 56.42% 급증했다.

다만 현 장세가 급격한 조정을 받을 만큼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양적 완화 기조에 따라 유동성이 풀려 있고, 탈세계화 시기에 미국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장기 투자 관점에선 현재의 약간 과열된 미 증시가 급격한 조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장은현 이광수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