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모(27)씨는 겨울철이 되면 현금을 꼭 챙겨 다닌다. 붕어빵을 사기 위해서다. 그런데 전씨의 붕어빵 단골 가게가 사라졌다. 그는 “지난해까지 영업했었는데 허탈하다”며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찾아간 다른 곳도 장사를 하지 않더라. 10개씩 사서 냉동실에 쟁여놓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상인들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거리에 붕어빵이 사라지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붕어빵·군고구마·호떡 노점 등이 포함된 ‘통신 및 방문·노점 판매업’ 전체 취업자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34만7000명, 올해 상반기 33만9000명이다. 2019년 하반기(37만1000명), 2020년 상반기(36만3000명)와 비교해 3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재룟값이 예년보다 크게 오른 이유가 커 보인다. 붕어빵 주재료로 사용되는 팥·밀가루 등의 가격은 예년에 비해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붕어빵 주재료인 붉은 팥(수입)의 도매가격은 이날 기준 40㎏당 26만4200원으로, 24만2720원 수준의 평년 평균 가격보다 약 10% 올랐다.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도 전월보다 각각 5.1%, 5.9% 올랐다.
붕어빵 가격이 부쩍 오르면서 ‘금(金)붕어빵’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과거에는 3마리 1000원, 4마리 1000원 정도였지만, 현재는 3마리에 2000원, 2마리에 1000원으로 약 2배가량 가격이 인상됐다. 강남역, 명동 등 서울 주요 도심지역에서는 붕어빵 한 개 가격이 1000~1500원까지 올랐다.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인기는 여전하다. 붕어빵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있고 당근 등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끊임없이 붕어빵 노점의 위치와 영업시간을 묻는 질문들이 올라온다.
이런 인기에 유통·외식업계는 다양한 길거리 간식 제품 출시에 힘쓰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겨울을 맞아 ‘올바르고 반듯한’ 붕어빵의 판매를 재개했다. 가정간편식으로,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로 5분 정도 데워 먹는 제품이다.
식품사의 붕어빵 간편식은 월 매출 10억원이 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붕어빵 3종(단팥·슈크림·초당옥수수)은 길거리 간식 성수기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11, 12월 매달 10억원 이상씩 팔렸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붕어빵을 떡볶이, 핫도그, 김밥 등과 함께 6대 ‘K스트리트 푸드’로 낙점한 만큼 길거리 음식의 국내외 육성에 속도 내고 있다.
오뚜기가 출시한 ‘꼬리까지 가득찬 붕어빵’ 2종(팥·슈크림)도 월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올여름에는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냉동 붕어빵 2종을 선보였다.
카페 등 외식업계도 새로운 ‘붕세권’(붕어빵+역세권)으로 떠올랐다. 이디야커피는 최근 겨울 시즌 베이커리 메뉴로 붕어빵 2종(팥·슈크림)과 꿀호떡, 콘치즈 계란빵을 출시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