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선봉 상무장관에 월가 최측근 러트닉

입력 2024-11-21 01:28
하워드 러트닉.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 상무장관에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63) 최고경영자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초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낙점한 데는 재무장관 자리를 두고 벌어진 캠프 내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상무장관으로 거론됐던 린다 맥마흔(76)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은 교육장관에 지명됐다.

트럼프는 이날 “러트닉을 상무장관에 지명하게 돼 기쁘다”며 “그는 관세와 무역 의제를 이끄는 동시에 미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 책임도 맡는다”고 밝혔다.

러트닉은 트레이더 출신 억만장자로 가상화폐 플랫폼, 부동산 벤처 등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운영해 왔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기적적으로 살아 남은 인사로 유명하다. 당시 러트닉의 회사는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있었는데, 테러리스트의 여객기 납치 테러로 그의 동생을 포함해 회사 직원 658명이 숨졌다. 당시 러트닉은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 사무실을 비운 덕에 테러를 피했다.

러트닉은 트럼프의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는 등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었다. 트럼프의 월가 최측근으로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러트닉은 중국 등 외국과의 경쟁에서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부과와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트럼프와 코드를 맞췄다.

러트닉은 애초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공개 지지를 받는 등 재무장관직이 유력했다. 하지만 재무장관직을 두고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와 과열 경쟁하면서 트럼프를 화나게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국 상무장관으로 자리를 바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일하게 됐다.

상무부는 미국의 제조업과 무역, 기술 규제 등을 담당하는 부처로 최근에는 반도체 등 안보와 직결된 제품·기술이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 수출되는 것을 통제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린다 맥마흔.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1기 행정부에서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한 맥마흔을 2기 행정부 교육장관으로 지명했다. 맥마흔은 남편 빈스와 함께 미국 최대 프로레슬링 회사인 WWE를 설립했고, 이들 부부는 트럼프와 오랜 친구 사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교육부 폐지를 주장해 왔다. 다만 교육부 폐지에는 의회 협조가 필요한 만큼 일단 교육부의 기능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성매수 의혹 등으로 상원 인준 전망이 어둡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맷 게이츠 법무장관 내정자에 대해선 지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