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기업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게 큰 목표”

입력 2024-11-23 03:04
신성 인베리트 대표가 지난 19일 경기도 김포 물류창고에서 그가 개발한 나비 모양의 혹달린신발 밑창을 보여주고 있다. 김포=신석현 포토그래퍼

신발 밑창 가운데 혹이 있다. 브랜드를 가리면 어느 기업 제품인지 알아채기 어려운 다른 신발과 달리 이 회사 신발은 밑창만 보면 금세 정체를 알아챌 수 있다. 굽보다 긴 혹은 발 아치를 받쳐주는데, 걸을 때 발바닥을 더 넓게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2008년 처음 시판된 ‘신광준의혹달린신발’이다.

신발 회사 대표는 신광준이 아니다. 2019년부터 그의 아들이 사업을 이어받았다. 지난 19일 경기도 김포 물류창고에서 만난 신성(37) 인베리트 대표는 “작은 신발 회사에서 한 제품을 같은 디자인으로 15년 동안 판매하고 있다는 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 덕분”이라며 “기독 기업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는 게 높은 매출보다 더 큰 목표”라고 전했다.

언약 안에 있는 기업

회사명 인베리트는 신 대표가 직을 맡으면서 새롭게 지었다. 작명 아이디어는 2019년 6월 ‘절대 언약’이었던 주일 설교 제목에서 얻었다고 한다. 언약을 일컫는 히브리어 ‘베리트’에 영어 전치사 ‘In’을 붙여 ‘언약 안에 있는 기업’이란 뜻을 담았다.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 7:11) 신 대표는 마태복음 7장 11절 말씀 안에서 하나님의 언약을 이해했다고 했다.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그의 자녀를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말씀을 회사에 적용한 것이다. 그는 “하나님의 크신 계획을 다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 회사를 가장 좋은 길로 이끄실 거란 믿음으로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고 했다.

기능성 신발 대중화를 위해

신 대표는 제품 개발·생산·판매 등 모든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 회사는 협력사를 통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형태로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신광준의혹달린신발’ ‘하이슈’라는 브랜드로 기능성 신발을 판매하는데 매장은 전국에 10곳을 두고 있다.

인베리트가 지금껏 취득한 기능성 신발 관련 특허는 25개에 달한다. 신발 밑창 혹과 에어백 깔창으로 보행 시 발바닥을 더 넓게 사용하고 바른 자세로 걷도록 한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신을 착용해보면 발 아치를 지압해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신 대표는 “발바닥을 10% 이상 넓게 사용해 맨발 걷기 효과가 있다”며 “일반 신발보다 발바닥 압력이 감소하는 성능평가 결과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꿈치에 체중이 몰리는 하이힐과 반대의 기능으로 이해하면 쉽다”며 “고객 연령대는 거의 다 60대 이상 시니어”라고 덧붙였다.

요즘 신 대표의 고민은 디자인이다. 대표가 된 뒤 신발 종류를 3배로 늘렸지만 유행에 민감해지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게 향후 과제라고 했다. 그는 “10년 전 70대와 지금 70대의 취향은 다르다”며 “아버지께서 기능성 신발을 만드시는 데 주력했다면 제 역할은 이 신발을 대중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능성 신발을 신고 다니면 신발을 보고 ‘저건 기능성 신발’이라며 지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구조도 독특한데 디자인까지 투박하다 보니 사람들 눈에 더 띄는 것 같다”며 “기능성 신발을 신고 싶어도 주변 사람들 눈치가 보여 못 신으시는 분들을 위해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기능성 신발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우리 회사 오너는 하나님”

“악덕 기업들도 좋은 곳에 후원은 많이 할 수 있잖아요.”

신 대표는 “많은 돈을 벌어 어려운 교회와 선교지에 물질을 흘려보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필요한 곳에 기능성 신발을 후원할 계획도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후원을 많이 하는 것만이 기독교 기업으로 성공을 거두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고객들에게 ‘정말 좋은 업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독교 기업이란 입소문이 난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인베리트의 비전은 ‘하나님께 영광’이다. 신 대표는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을 바탕으로 더 편안하고 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신발을 생산할 것”이라며 “고객님께 도움이 되는 기독교 신발 회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연신 ‘하나님의 기업’을 강조한 신 대표의 명함엔 대표가 아닌 팀장으로 직책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직원이면 오너의 눈치를 보게 된다”며 “의사결정 과정마다 하나님께서 지적하실 만한 문제는 없는지 상상하곤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회사 진짜 오너는 하나님”이라며 “하나님 눈치를 보는 정직한 기업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포=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