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A씨(22)는 2년 전 “요새 고민 없느냐”는 관할 시청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18세에 시설에서 퇴소한 뒤 LH 청년임대주택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A씨는 “곧 사는 집의 계약이 끝나는데 새 집을 알아보기가 너무 막막하다”고 말했고, 시 관계자로부터 삼성희망디딤돌 사업을 소개받았다.
삼성희망디딤돌 충남센터에 입주한 A씨는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A씨는 “센터 입주 전에는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주체적으로 하는 모든 일이 어려웠고, 계절의 변화마저 때로 버겁게 느껴졌다”며 “센터에 들어와선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생활하는 자립준비청년은 자립 시 가장 큰 부담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 센터에선 요리·청소·정리수납 같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식은 물론 금융·자산관리 등 기초 경제 교육, 진로 상담과 취업 알선 등 진로 교육도 이뤄진다. 청년들의 일상 적응을 돕고,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은 현재 전국 11곳의 희망디딤돌센터를 운영 중이다. 2016년 ‘1호’ 부산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지난 5월 11호 대전센터가 개관했다. 오는 11월에는 충북센터 개관을 앞두고 있다. A씨처럼 희망디딤돌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자립준비청년은 올해 9월까지 총 3만7840명에 달한다.
용기와 끈기 찾은 자립준비청년들
삼성희망디딤돌은 자립준비청년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삼성희망디딤돌 1.0’을 거쳐 취업 연계 직무 교육 프로그램인 ‘삼성희망디딤돌 2.0’으로 진화했다.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삼성희망디딤돌과 인연을 맺은 자립준비청년들은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삼성희망디딤돌 전남센터에 거주하는 김모(26)씨는 “평소 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센터에서 많이 할 수 있었다”며 “센터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받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하나의 커다란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A씨도 “보금자리가 안정적으로 마련돼 있으니 그동안 끊임없이 옥죄었던 불안감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며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센터 내 다른 자립준비청년들과 소통하며 외로움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희망디딤돌 1.0이 주거 및 정서 안정에 집중했다면 삼성희망디딤돌 2.0은 경제적 자립에 초점을 맞췄다. 청년들이 기술·기능 역량을 쌓아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현재 전자·IT 제조, 제과·제빵, 온라인광고·홍보 실무자, 중장비 운전기능사 등 총 9개 교육 과정을 운영해 자립준비청년의 자격증 취득과 취업을 돕고 있다. 지난해 말 교육 수료생 46명 중 2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디딤돌 프로그램으로 IT 서비스기사 과정 교육을 받고 있는 곽모(24)씨는 “혼자 취업 준비를 할 때는 한계를 많이 느꼈는데, 삼성희망디딤돌 2.0에서 체계적인 기술과 지식을 학습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받은 지원과 기업 탐방 기회도 큰 도움이 됐다. 전자·IT 제조기술자 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18)군은 “교육 과정도 무료인데, 수당도 나오고 기숙사가 제공되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삼성희망디딤돌 3.0’에 대한 구상도 꺼내놓았다. 김씨는 “입주자들이 함께 여행을 기획해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각 입주자에게 자립 선배를 매칭해 조언하는 과정을 마련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희망디딤돌 2.0에 이론뿐 아니라 실무 수습 과정이 더해지도록 프로그램이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로 나아가야
국민일보는 지난해 2월부터 삼성과 함께 ‘자립준비청년에 희망디딤돌을’ 캠페인을 전개했다. 자립에 성공한 청년들 이야기를 전하고,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 왔다. 삼성전자 임직원 등과 자립준비청년을 매칭해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딤돌가족’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자립준비청년인 박정재(29) 보건복지부 장관 청년보좌역은 “지난 2년간 국민일보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지 체계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했던 자립준비청년이 몇 년 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계속 관심을 갖고 따라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보좌역은 매일 아침 자신과 같은 자립준비청년 40여명이 속한 단체 대화방에 홀로서기에 도움이 되는 언론 보도를 공유한다. 매주 목요일 보도되는 국민일보의 ‘자립준비청년에 희망디딤돌을’ 시리즈도 그중 하나다. 박 보좌역은 “국민일보가 보도한 자립준비청년의 비전과 꿈, 참여와 도전은 동료들에게 굉장히 큰 자극이 됐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 자조 모임 ‘바람개비 서포터즈’ 서울 대표인 김요셉(26)씨도 희망디딤돌 멘토링 사업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삶의 경험이 비슷하면서도 직업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당사자가 멘토가 돼 준다는 건 자립준비청년에게 엄청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속 가능한 멘토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인 멘토링 사업은 멘티의 바람이 반영되기보다 멘토 입장에서 프로그램이 운용된다는 인상을 준다”며 “희망디딤돌 멘토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멘토가 멘티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김승연 이정헌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