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이어 뮤지컬 축제… 교회, 복음 담은 열정의 무대를 열다

입력 2024-11-22 03:07
국명호(앞줄 왼쪽 네 번째) 여의도침례교회 목사와 교회 문화예술선교회 성도들이 지난 16일 한강문화축제를 마친 뒤 교회 본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의도침례교회 제공

좁디좁은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유튜브 ‘쇼츠’로 시간 죽이는 20대 실패자, 낮은 자존감을 성형 수술로 회복하려는 30대와 ‘몰방’ 주식 투자로 모든 걸 잃은 40대, 교회에서 나고 자란 모범생 크리스천이 해외 출장에서 우연히 시작한 대마초로 인해 마약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경우까지….

각종 ‘중독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선 사례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현대인은 누구나 크고 작은 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인간의 노력과 의지로 중독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까.

절망의 수레 ‘중독의 늪’

지난 16일 저녁 서울 여의도침례교회(국명호 목사) 본당에서 열린 뮤지컬 ‘기쁜 소식의 노래’는 각기 다른 중독에 빠진 4명이 중독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들은 결국 복음으로 중독에서 벗어난다. 뮤지컬은 관객에게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창립 52주년을 맞은 여의도침례교회는 지역 사회를 위해 기획한 ‘한강문화축제’를 복음극으로 풀어냈다.

복음으로 회복된 중독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기쁜 소식의 노래’의 한 장면. 여의도침례교회 제공

“멍하게 내 가족이 붕괴하는 걸 바라보고만 있어요. 지옥으로 갑니다. 죽었어도 (하나님) 당신을 만날 수 없겠죠.” ‘기쁜 소식의 노래’ 등장인물 중 한순간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약에 손댄 지휘자 정바울은 자신의 절망감을 이렇게 표현하며 절규했다.

정바울을 비롯한 네 명의 중독자들은 그동안 헛되고 자극적인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산 인생을 회개하면서 복음으로 다시 살아보겠노라고 다짐한다. 하루아침에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았지만 주님이 기뻐하시는 인생 2막을 살겠다고 기도한다. 1막이 혼자 가는 길이였다면 2막은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승리의 길이다.

성도의 기도로 ‘의기투합한’ 복음극

교회 문화예술선교회(위원장 임익모·회장 김신의)는 지난 2월부터 복음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선교회에는 ‘국민 엄마’ 정영숙 권사와 가수 겸 뮤지컬 배우인 김신의 집사, 배우 신현준 이상윤, 개그맨 엄용수 등 연예인뿐 아니라 테너와 소프라노 등 음악가와 작가, 연출가, 음악감독 등 문화예술계 종사자 30여명이 있다.

중독을 뮤지컬 소재로 삼은 데에는 크리스천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크고 작은 중독에 매여있는 ‘중독 시대’이기 때문이다. 대본을 쓴 작가 김윤경 집사는 “이 작품을 통해 중독으로 내면이 허기진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아보고 기도할까’라는 생각만 들어도 성공한 공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아 음악감독은 뮤지컬이 중독자들의 이야기다 보니 다소 무거운 분위기지만 극 전반에 익숙한 찬양곡이 흐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조 음악감독은 “찬양을 모르는 사람도 음악에서 따뜻함과 위로를 느낄 수 있도록 구현했다”고 밝혔다.

그의 나라와 의 구하는 삶 살고파

마약 중독자 역할을 맡은 김신의씨는 하나님과 단절된 중독자의 절망스러운 내면을 표현했다. 연기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한 그는 “주변에도 잠을 자지 못해 수면제를 먹는 이들이 매우 많다. 결국 그리스도밖에 답이 없는데 복음을 전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며 준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군 제대 후 2001년부터 여의도침례교회에 출석하는 그는 현재 바쁜 시간을 쪼개 찬양팀 리더로 봉사하고 있다. 김씨는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삶이 우선”이라며 “예수님을 제 인생의 주인으로 모시며 노래로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선교회 회원들은 복음을 전하는 공연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연출 조명 음향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기는 제작진도 최고의 무대를 위해 최선을 다 해 준비했다.

선교회 담당 이정대 부목사는 “선교회는 문화예술계 곳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성도들이 믿음의 자리를 지키고 영적으로 세워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기독 문화 세우는 ‘한강문화축제’

여의도침례교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2022년부터 가을마다 지역사회를 위해 ‘한강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은 음악회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는데 올해는 장르를 뮤지컬로 확대했다. 이 같은 전문 사역이 가능한 데에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성도들이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십분 사용하기 위해 조직한 문화예술선교회가 있기 때문이다.

국명호 목사는 “어느 때보다 성경에 반하는 가치관들이 무분별하게 침투하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건강한 영혼을 세우고 복음으로 승리하는 크리스천을 위해 한강문화축제를 열었다”며 “복음을 모르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도의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바랐다.

배우 정영숙 권사는 “아직도 기독 문화가 우리 사회의 문화로 확대되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면서도 “한국교회가 연합해 기독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